자오쯔양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17일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둔 뒤, 그가 장기간 가택연금돼 있던 사저 부근에 사진기자들이 나타나자 공안요원이 취재활동을 가로막으려 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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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등 소식 못싣게…신문 겨우 단신 처리
자오 추모물결 만일의 사태 부를까 긴장 자오쯔양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죽음이 앞으로 중국 정국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중국공산당은 일반적으로 당의 중견 이상 간부가 사망했을 때 상세한 이력과 더불어 업적에 대한 평가를 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공개해왔다. 그러나 자오 전 총서기의 경우 관영 〈신화통신〉에서 그의 사망 사실을 확인하는 짤막한 기사를 한 줄 실었을 뿐이다. 〈신화통신〉은 또 그의 과거 직함을 일체 적지 않고 ‘동지’라고만 호칭해 당국의 고민을 엿보게 했다. 중국 당국은 또 그의 사망 소식을 신문에만 내보내고 텔레비전과 라디오 뉴스에 실리지 않도록 통제해 그의 사망이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해 적지 않게 우려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중국 당국이 긴장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중국에서 서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지도자의 사망이 종종 대규모 정치적 항쟁으로 발전했던 ‘전사’가 있기 때문이다. 1976년 1월8일 저우언라이 전 총리 사망 이후 그해 4월 그에 대한 전국적인 추모집회가 대규모 정치항쟁으로 번진 것, 그리고 1989년 후야오방 전 총서기가 사망한 뒤 역시 그에 대한 추모와 재평가 요구가 천안문사태로 비화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국이 긴장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89년 천안문 사태를 배양해낸 것으로 지적받아온 사회적 토양이 오늘날 중국이 안고 있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조너선 스펜스(69) 미 예일대 교수는 천안문 사태의 배경으로 △도·농 격차 △농촌에서 도시로 유입하는 유동인구의 증가 △개혁개방 이후 극심해진 인플레이션 △‘태자당’ 등 특권세력에 대한 서민의 불만 등을 꼽았다. 이런 사회불안 요인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남아 있거나 더 증폭됐다. 중국 지식인들은 그러나 대체로 자오 전 총서기의 공과에 대한 재평가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의 죽음이 사회·정치적으로 큰 변동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천펑쥔 베이징대 교수(국제관계)는 이날 “그의 죽음 이후 지지자들의 추모활동이나 선전활동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의 발전노선은 이미 인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정치변동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 교수는 “자오가 개혁개방에 큰 공헌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그에 대한 공적을 긍정해야 한다고 본다”며 “천안문사건 직후 그가 사망했다면 큰 소란이 벌어졌을 수도 있지만, 이미 15년이 지난 오늘 많은 일이 잊혀졌고 또 정치현실도 성숙했기 때문에 큰 파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오궈뱌오 베이징대 교수(언론학)는 “중국 당국의 천안문 사태에 대한 평가가 이른 시일 안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며 바뀌더라도 ‘표현’의 완화에 그칠 것”이라며 “자오의 죽음 이후 추모집회 등이 벌어지더라도 중국 정부의 돌발 사건에 대한 통제력이 더욱 관료적이고 절차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89년처럼 과격한 대응으로 사태를 격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자오가 경제의 개혁개방과 더불어 정치제도 면에서도 비교적 적극적인 개혁을 추진한 인사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재평가 요구가 불거질 경우 정치체제 개혁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국 외교가의 일반적 시각이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천안문사태로 실각한 개혁 상징
■ 자오쯔양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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