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30 16:17
수정 : 2019.10.31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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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회담 참석을 위해 지난 5월28일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한 아프간 무장세력 탈레반 지도부의 모습. 탈레반 쪽은 지난 22일 중국 중재로 베이징에서 평화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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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탈레반-아프간 정부 평화회담
아프간과 76km 국경 맞대고 있는 중국
실크로드 요충 아프간, 일대일로 구상 포함
아프간 거쳐 중동-중앙아시아 진출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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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회담 참석을 위해 지난 5월28일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한 아프간 무장세력 탈레반 지도부의 모습. 탈레반 쪽은 지난 22일 중국 중재로 베이징에서 평화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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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로 만 18년을 넘긴 아프가니스탄 무력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중국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손을 놔버린 평화협상 타결을 중국이 대신 추진함으로써, 중국의 야심작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옛 비단길의 요충지 아프간을 포함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제안에 따라 이슬람 무장정치세력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및 야당 등이 참여한 평화회담이 베이징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프간 평화회담 개최 여부에 대한 질문에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관련 소식이 있으면, 적절한 때 발표하겠다”고만 답했다.
앞서 <아에프페>(AFP) 통신은 “중국의 중재로 아프간 내부 세력 간 평화회담이 29~30일 베이징에서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29일엔 <자유유럽방송>이 “탈레반 지도부가 회담 참석을 위해 28일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아프간 평화협상은 무력 갈등의 당사자 격인 미국과 탈레반이 수개월 동안 주도해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평화협상 자체를 전격 중단했다. 캠프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에서 탈레반 지도부와 극비 회동을 추진하려던 사실이 알려지자 행정부 내부 및 조야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평화협상이 답보 상태에 빠지자, 중국이 미국의 빈자리를 치고 들어와 중재역을 자임하고 나선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아프간 평화협상에 공들이는 이유를 크게 두가지로 짚는다. 첫째, 중국 서부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와 아프간은 76㎞가량 국경을 맞대고 있다. 중국으로선 아프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영향력이 국경 넘어 신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할 국내 정치적 수요가 있다는 뜻이다.
둘째,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사업에서 옛 비단길의 요충지이자 교역 중심지였던 아프간의 지정학적 위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620억달러 규모의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 사업을 통해 파키스탄 일대에 철도, 도로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들 교통망을 아프간과 연결해, 중앙아시아와 중동으로 뻗어가는 게 중국의 목표다.
실제 야오징 파키스탄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25일 현지 언론과 만나 “아프간 상황이 안정화하면, 페샤와르와 퀘타(파키스탄)에서 잘랄라바드와 칸다하르(아프간)를 연결하는 철도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파키스탄 남부 아라비아해 연안 항구 과다르에서 아프간을 거쳐,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까지 철도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일대일로 사업의 조기 추진을 위해서라도 아프간 평화협상 타결은 중국에 긴요한 셈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 9월17일 유엔 아프간지원단(UNAMA) 활동 시한 연장을 위한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통과 당시 ‘일대일로’ 관련 문구를 포함해야 한다고 고집하기도 했다. 결국 안보리는 중국 쪽의 ‘거부권’ 행사를 막으려 “지역 협력과 연계를 통한 아프간 번영을 추구한다”는 문구를 타협안으로 제시해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국경을 맞댄 이웃 나라인 중국은 아프간의 평화와 안정을 바란다. 아프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선 경제발전을 위한 추동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국제적 명분과 지지’를 바탕으로 아프간에서의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어 함을 짐작할 수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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