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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3 16:43 수정 : 2019.11.13 17:38

전날 밤 늦게까지 경찰과 격렬한 공방전을 벌인 홍콩중문대 학생들이 13일 오전 교내 운동장 트랙에 누워 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체포 전담조 ‘랩터스’, 무차별 체포
중국 본토 유학생 대거 ‘탈출 행렬’
보안국장 “대학 폭력 온상 돼선 안돼”
교육 당국, 홍콩 전 학교 내일 휴교령
전인대 대의원 “독립조사위가 유일 탈출구”

전날 밤 늦게까지 경찰과 격렬한 공방전을 벌인 홍콩중문대 학생들이 13일 오전 교내 운동장 트랙에 누워 쉬고 있다. AFP 연합뉴스
홍콩 도심을 마비시킨 출근길 교통방해 시위가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대학가가 반정부 시위의 최전선이 돼 가고 있다.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일부 중국 출신 유학생들이 본토로 일시 귀환하기 시작했다. 홍콩 교육당국은 유치원을 포함한 모든 학교에 14일 하루 임시 휴교령을 내렸다.

13일 <홍콩 프리프레스> 등 현지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밤늦게까지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한 공방전을 벌였던 홍콩중문대 부근에 이날 오전 일찍 이른바 ‘랩터스’로 불리는 경찰 체포전담조가 배치됐다. 경찰은 전날 오후 사상 처음으로 물대포까지 중문대 교정에 진입시켜 시위 학생 진압에 나서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날 충돌은 홍콩 당국이 밤 10시를 넘겨 경찰병력 철수를 결정하고 중재에 나선 뒤에야 가라앉았다.

중문대에서 밤을 지새웠다는 익명의 의료 자원활동가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적어도 70여명이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4명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며 “체육관과 학교 사무실 등이 응급실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 법이 정한 범위를 넘어서는 물리력을 사용하고 있다”며 “전시나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이 전례없이 중문대·과기대·침례대 등 상당수 주요 대학 교정에 진입해 최루탄을 난사하고 무차별적인 체포작전에 나서면서, 이날 입법회에선 경찰의 과잉대응에 대한 야당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하지만 존 리 보안국장은 “경찰은 불법행위에 대응할 법적 책임이 있다”며 “대학 교정도 예외가 아니며, 대학이 폭력의 온상이 돼서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이날 중문대 총학생회는 영장 또는 대학 당국의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경찰의 대학 교정 진입을 금지시키는 명령을 내려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재키 소 총학생회장은 “경찰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 어젯밤 총장과 교수단이 경찰 쪽과 협상을 시도했는데, 총장한테까지 최루탄이 날아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대학 교정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격하게 맞붙으면서, 위협을 느낀 일부 중국 본토 출신 유학생들이 학교를 빠져나가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날 오전 중문대에 유학 중인 중국 학생 80여명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학교 밖으로 빠져나갔다. 홍콩과기대 등도 중국 학생들의 귀환 편의을 위해 셔틀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홍콩과 맞닿은 중국 선전의 공산주의청년단 지부는 이날 웨이보(트위터 격)를 통해 “일시 귀환한 유학생들을 위해 12개 시설을 기숙사로 개방하고, 최대 7일간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도 이른 아침부터 교통방해 시위가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출근길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홍콩 지하철 당국은 이날 오전 신계 춘완에서 카오룽 반도의 몽콕·침사추이를 거쳐 홍콩섬 애드머랄티·센트럴까지 운행하는 춘완선 전 구간의 운행을 중단했다.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에선 이날로 사흘째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한 연대 집회를 이어갔다.

자녀의 안전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빗발치는 요청에도 공식 휴교 결정을 미루던 홍콩 교육 당국은 이날 오후 들어 유치원과 초·중등학교를 포함한 모든 학교에 14일 하루 임시 휴교령을 내렸다. 홍콩 교육청 쪽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태풍처럼 홍콩 전역이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지역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 학교별로 휴교를 결정하거나 학부모가 자녀의 등교 여부를 결정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시위 열기가 쉽게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친중파 진영에서도 시위대가 요구하고 있는 경찰 과잉·폭력진압 조사를 위한 독립위원회 구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의원인 마이클 티엔 입법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독립조사위 구성이 현 위기 국면을 타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점을 밝히는 편지를 한정 부총리(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 담당)에게 보낼 것”이라며 “정부가 폭력사태를 제어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오판이며, 독립조사위 구성이 늦어질수록 시위대와 경찰 양쪽의 폭력만 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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