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7 15:17
수정 : 2019.05.2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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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독일 베를린의 연방의회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 행사에 참석한 유대인 남성들이 전통 빵모자인 키파를 쓰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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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대주의 대응 위원장 “키파 착용 자제를”
1년새 독일내 외국인 혐오 범죄 19.7% 급증
유대인 공동체 저명인사 “독일 법치의 실패”
이스라엘 대통령 “반유대주의에 항복”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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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독일 베를린의 연방의회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 행사에 참석한 유대인 남성들이 전통 빵모자인 키파를 쓰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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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방정부 기구의 수장이 유대인들에게 공공장소에서 유대인 남성의 전통 빵모자인 ‘키파’를 쓰고 다니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의 레우벤 리블리 대통령은 “이같은 권고는 독일 땅에서 유대인이 안전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해 창설된 ‘독일에서 유대인 생명 보호 및 반유대주의와의 투쟁을 위한 연방정부 위원회(BMI)’의 펠릭스 클라인 위원장은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유대인들에게 독일 어느 곳에서나 키파를 쓰라고 권할 수 없어 유감”이라고 말했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보도했다. 최근 몇년새 반유대주의 범죄의 급증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독일에서 반유대주의 범죄자들의 90%는 우익 극단주의자이며, 훨씬 소수의 무슬림 범죄자는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한 끔찍한 이미지를 방영하는 아랍권 텔레비전 방송을 보는 자들”이라고 덧붙였다.
펠릭스 위원장의 발언은 애초 의도와 달리 독일 안팎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샀다.
독일 유대인 공동체의 저명 인사인 미셸 프리트만 변호사는 “연방정부 대표가 공식적으로 그런 발언을 하는 건 독일의 법치와 정치 현실에 대한 고발”이라며 “유대인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 수 없는 곳이라면, 다른 사람들도 같은 이유로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의 레우벤 리블리 대통령도 26일 트위터에 쓴 글에서 “독일 연방 기관장의 발언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독일 유대인의 안전에 대한 공포는 반유대주의에 항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펠릭스 위원장은 26일 ”독일의 어디든 유대인 또는 다른 소수자들이 ‘가지 못할 지역’이 있을 수 없다는 건 당연하다”며 “유대인 공동체의 안전에 대한 토론이 촉발되길 바랐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14일 독일 내무부가 공개한 최신 통계를 보면, 지난해에만 독일에서 반유대주의 범죄가 1799건, 외국인 혐오 범죄는 7701건으로 모두 전년보다 19.7%나 늘었다고 <도이체 벨레>가 보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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