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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8 15:33 수정 : 2019.05.28 20:51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7일 엘리제궁에 도착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맞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EU 집행위원장 선임 놓고 독-프 대립 표출
독일 출신 베버 ‘따놓은 당상’ 여겨졌으나
마크롱, 스페인 총리와 선임 방식 변경 결의

마크롱은 프랑스 출신 바르니에 지지 표명
유럽의회 주무르던 독 기민련 쇠퇴에 분열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7일 엘리제궁에 도착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맞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유럽의회의 제1당인 유럽인민당을 이끄는 만프레트 베버는 27일 벨기에 브뤼셀의 고급 식당에서 다른 당 대표들과 만찬을 할 예정이었다. 전날 끝난 선거 결과를 놓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의 집권 블록 구성을 협의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자리를 굳히는 기회로도 활용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당, 녹색당, 유럽자유민주동맹의 불참으로 만찬은 성사되지 못했다. 유럽연합의 행정부인 집행위를 5년간 이끌겠다는 그의 꿈도 좌초 위기에 놓였다.

유럽의회 40년 역사에서 중도우파와 중도좌파 그룹이 최초로 과반 확보에 실패한 선거 결과에 유럽연합의 리더십 창출도 위기에 처했다. 다른 당들이 제1당 후보가 집행위원장이 된다는 관행을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 움직임에 앞장서, 유럽연합 집행위의 주도권을 둘러싼 프랑스와 독일의 대결이 표면화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27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유럽연합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총리실은 “두 정상은 (유럽연합의) 새 자리들은 유럽의회의 새로운 다수를 반영해야 한다고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베버를 집행위원장에 앉히려는 독일의 계획에 대한 공개적 반발이다. 이들은 유럽의회를 함께 이끌어온 중도우파 유럽인민당과 중도좌파 사회당에 맞서는 ‘진보 연대’ 구성도 논의했다. 유럽인민당은 751석 중 현재보다 36석 줄어든 180석, 사회당은 39석 감소한 146석을 얻는 데 그쳤다. 둘을 합쳐 326석으로 과반(376석)에 크게 미달한다. 2016년 창당한 마크롱 대통령의 ‘전진하는 공화국’은 이번에 유럽자유민주동맹에 속해 23석을 건졌고, 산체스 총리의 스페인 사회당은 20석으로 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마크롱 대통령과 산체스 총리의 구상은 자신들의 정당이 속한 그룹과 녹색당 등 브뤼셀의 ‘권력’에서 소외돼온 세력을 모아 힘을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프랑스인인 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 브렉시트 협상 대표가 “엄청난 자격”이 있다며 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인 파스칼 캉팽은 “메르켈이 선호하는 후보는 이제 완전히 자격을 잃었다”고 했다.

유럽연합 집행위 수장 자리를 둘러싼 분란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타격이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기독민주연합(기민련)의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연합 출신인 베버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왔다. 독일 기민련은 유럽의회 차원의 정당인 유럽인민당 소속으로 ‘유럽연합 정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룩셈부르크 총리 출신인 장클로드 융커 현 집행위원장도 유럽인민당이 배출했다. 독일은 유럽연합의 최강국이면서도 그 전신인 유럽공동체(EC) 등을 포함해 13명의 역대 집행위원장 중 단 1명을 배출했을 뿐이다.

반 유럽 통합 움직임이나 극우·민족주의의 발호에 함께 맞서온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이 반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례적이다. 마크롱 대통령 취임 후 2년간 두 정상이 이토록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인 적은 없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에서 극우·포퓰리즘 세력이 1위를 차지해 유럽의회의 우경화가 심화된 국면에서 독-프 갈등은 또다른 위험 요소라는 지적도 나온다. 메르켈 총리는 이런 상황에 “우리가 결정을 빨리 할수록 미래를 위해 좋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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