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9.24 15:17 수정 : 2019.09.24 21:17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여행사 '토머스 쿡'의 파산으로 터키 달라만 여행 중 발이 묶였던 이 여행사 영국 고객들이 24일 새벽 영국 정부가 긴급 투입한 전세기로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달라만/로이터 연합뉴스

지중해·흑해·북대서양·북해·카리브 연안까지
60여만명 휴가여행객 귀국편 잃고 ‘발 묶여’
“오늘 아침 아내 펑펑 울어…비탄에 빠졌다”
“난리통…무엇 해야할지 아무도 대답 못해”
온라인부킹 급증 시대변화에 뒤처쳐 파산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여행사 '토머스 쿡'의 파산으로 터키 달라만 여행 중 발이 묶였던 이 여행사 영국 고객들이 24일 새벽 영국 정부가 긴급 투입한 전세기로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달라만/로이터 연합뉴스
태양이 이글거리는 유럽 전역의 해변휴양지 패키지 여행상품(1~2주)을 주로 팔아온 영국의 거대 여행사 토머스 쿡이 지난 22일 갑자기 파산하면서 전세계에 걸쳐 60여만명의 휴가여행객들이 집으로 돌아갈 비행기편을 잃은 채 발이 묶이는 대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터키·이집트·프랑스·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튀니지 등 지중해 연안 휴양지들은 물론 발칸반도 흑해연안의 불가리아, 북대서양 카나리아 섬, 북해의 스칸디나비아국가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카리브해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역과 중남미에 걸쳐 토머스 쿡 상품 여행객들이 ‘파산 쓰나미’에 휩쓸리고 있다.

23일에 이어 24일에도 <에이피>(AP), <아에프페>(AFP), <로이터>, <데페아>(DPA) 등 전세계 주요 통신사들은 ‘수천, 수만명이 오도 가도 못한 채 발이 묶였다’는 제목 아래 스페인의 휴양지 팔마 마요르카 섬과 지중해 키프로스 섬, 카나리아 섬, 그리스 크레타 섬 등 주요 해안 휴양지 발로 일제히 기사를 타전했다. 토머스 쿡 상품으로 휴가지에서 현재 여행 중인 유럽인은 영국 15만명, 독일 14만명, 프랑스 1만명, 스웨덴·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3만5천명, 네덜란드·벨기에 등 베네룩스 2만명, 호주 5천명, 불가리아 2500명, 키프로스 1만5천명, 그리스 5만명, 튀니지 4500명, 터키 2만1천명 등이다. 토머스 쿡이 흑해 해변에 50여개 호텔을 거느리고 있는 불가리아는 매년 영국·독일 여행객 30만명이 찾는다.

아내의 60살 생일을 기념해 이집트 휴양지로 떠나려고 토머스 쿡 상품을 예약했던 영국인 제임스 에거톤-스탄브리지는 탑승을 위해 기다리고 있던 런던 개트윅공항에서 토머스 쿡 전세기 운항이 갑자기 중단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오늘 아침 아내가 펑펑 울었다. 우리는 완전히 비탄에 빠졌다”고 허탈해했다.

토머스 쿡 파산으로 이 회사가 자체 보유한 전세기 105대는 운항이 중단됐고, 회사 소유의 휴양지 호텔 200곳도 영업 마비상태에 빠졌다. 유럽 전역의 휴양지에서 토머스 쿡과 제휴를 맺고 영업해온 호텔들(3150여곳)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서 있다. 토머스 쿡으로부터 후불 숙박비를 못 받게 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제휴 호텔들은 숙박비 지불이 완료될 때까지 여행객의 체크아웃을 막는 일도 벌어지고 있고, 발이 묶인 여행객들은 집으로 돌아갈 대체 항공편을 백방으로 수소문하는 등 일대 혼돈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휴양지 리조트마다 쏟아지는 예약취소 물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멕시코 칸쿤의 휴양지 공항터미널에서 영국으로 돌아갈 비행편을 남편 및 6살 아이와 함께 기다리며 긴 줄에 서 있던 카티 코드리는 자기 거주지인 런던이 아니라 훨씬 멀리 떨어진 맨체스터행 비행기에 탑승해야 할 처지다. 코드리는 “보다시피 여기는 그야말로 난리통이다. 뉴스를 보고 알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무엇을 해야 할지 호텔 쪽도 그 누구도 대답을 못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영국 정부는 15만명으로 추산되는 토머스 쿡 여행객들을 자국으로 긴급 후송하는 대작전에 들어갔다. 대다수 영국 여행객은 영국 여행사가 파산할 경우 본국행 비행기편을 정부가 보장하는 여행보험에 가입돼 있다. 또 여행보험상품 규정에 따라 환불을 받겠지만 환불 날짜는 기약이 없는 상태다. 토머스 쿡 이용객은 연간 2200만명에 이른다.

설립된 지 178년에 이르고 1980년대 중반 패키지 휴가상품 붐이 일면서 급성장했던 토머스 쿡이 파산 지경에 이른 데는 여러 복합 요인이 작용했다. 특히 20억달러(2조38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부채 누적에다가, 여행자들의 개별적인 호텔·항공·렌터카 온라인부킹 급증 같은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토마스 쿡도 작년에 전체 예약의 48%를 인터넷 기반으로 올리는 등 온라인 영업을 늘려오긴 했다. 하지만 저비용 항공사들과 저비용 온라인 예약사이트들과의 경쟁에 밀려 맥을 못췄다.

전용 비행기 105대, 영국 전역의 판매점포 550개, 휴양지에 거느린 200개 호텔 등 막대한 고정비용 구조도 온라인 경쟁자들을 이겨내기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지목된다. <에이피> 통신은 “올해 들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파동으로 예약이 급감한데다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영국인들의 해외여행이 줄었다”며 “올해 유례없는 무더위로 유럽인 여행수요가 줄어든 것도 한 요인”이라고 전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