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0 16:33
수정 : 2019.11.21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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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녹색당의 남녀 2인 공동대표 중 여성 대표인 아날레나 바에르보크(38) 연방의회 의원이 지난 16일 빌레펠트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독일 녹색당 누리집 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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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전당대회에서 당헌 조항 개정
“여성 발언자 없는 회의 지속 여부
여성 투표로 결정”…여성 발언권 강화
트랜스젠더까지 ‘여성’ 개념도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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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녹색당의 남녀 2인 공동대표 중 여성 대표인 아날레나 바에르보크(38) 연방의회 의원이 지난 16일 빌레펠트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독일 녹색당 누리집 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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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녹색당이 당내 토론에서 여성의 발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당헌으로 확정했다.
녹색당은 지난 15~17일 독일 빌레펠트에서 연 전당대회에서, 당내 토론회 발언자들의 성비가 ‘젠더 균형’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여성 당원들이 그 토론회의 지속 또는 중단을 결정할 수 있도록 당헌 규정을 개정했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19일 보도했다.
녹색당은 그 전에도 당내 토론회에서 여성과 남성이 번갈아 발언하도록 하고, 여성 발언자가 없을 경우엔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참석자가 그 회의의 지속 여부를 투표로 결정하도록 하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이번에 개정에선 “만일 여성 발언자가 더는 남아 있지 않으면 그 회의를 지속할지 여부를 ‘여성’ 당원들에게 물어야 한다”며 ‘여성’ 단어를 추가했다. 관련 투표권을 오직 여성 당원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여성 발언권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개정 당헌은 또 여성 대표자의 결석 땐 다른 여성만이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규정 개정을 제안한 라우라야네 부슈호프는 “발언자 명단의 ‘젠더 균형’은 여성의 토론 참여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하는데, (여성 발언자가 없을 경우) 회의 지속 여부를 남녀 전체 당원에게 묻는다면 양성 할당의 의미가 축소된다”며 “여성의 지위는 가부장적 구조에 실질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슈호프는 또 트랜스젠더(성전환) 여성이 투표권 행사에서 배제될 가능성과 관련해 “누가 ‘여성’인지를 결정할 때 이 조항이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며 “그런 문제를 피할 수 있도록 해당 규정의 문구 수정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독일 녹색당은 1980년 서독에서 창당된 뒤 1983년 총선에서 처음으로 연방의회에 진출했다. 1990년 독일 통일 뒤 옛 동독의 민주화운동 정당연합인 ‘동맹 90’과 합당했다. 이때 공식 당명도 ‘동맹 90/더 그린스’로 바꿨으나, 지금도 ‘녹색당’이란 약칭으로 더 많이 불린다. 1986년에 당원의 50%를 여성에 할당하는 규정을 독일 정치권 최초로 도입했으며, 당의 여러 집행위원회에도 여성 50% 쿼터제를 추진할 만큼 젠더 평등에 앞장서 왔다.
녹색당은 1998년과 2002년 총선에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의 연립정부에 연거푸 참여해 약 7년간 집권당 경험을 쌓았다.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선 득표율 20.5%를 기록하며 집권당인 기민-기사련(28.9%)에 이어 2위에 올라서는 저력을 과시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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