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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8 17:39 수정 : 2019.12.08 20:03

지난해 6월 독일 공영방송 <아아르데>(ARD)가 독일 중남부 도시 모스바흐의 유사 병영시설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동영상에 군복 차림의 사람들이 총기를 들고 전투훈련을 받는 모습이 보인다. ARD 동영상 갈무리

〈ARD〉방송 드론 촬영…전문가 “전투훈련”
독일 특수군 출신이 텔레그램 네트워크 조직
내부 문건 “사회질서 붕괴시 전투원 파병”
무기·탄약·식량 공급 확보 등 대응책 논의
창설자 “응급 의료 지원팀 훈련일 뿐” 주장

지난해 6월 독일 공영방송 <아아르데>(ARD)가 독일 중남부 도시 모스바흐의 유사 병영시설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동영상에 군복 차림의 사람들이 총기를 들고 전투훈련을 받는 모습이 보인다. ARD 동영상 갈무리
독일에서 극우 조직들과 연계된 전투원 네트워크가 비밀리에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전투훈련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유사시 민병대 같은 준군사조직 전투부대 창설까지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7일 독일 공영방송 <아아르데>(ARD)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6월 독일 중남부 도시 모스바흐에서 드론으로 촬영된 영상을 보면, 독일군 병영으로 쓰이다 버려진 듯한 시설에서 예닐곱명의 사람이 군복 같은 옷차림에 공격용 소총으로 보이는 무기를 들고 사격 자세를 취한 채 작전 대형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독일 <아아르데>(ARD)의 시사프로그램 ‘모니터’ 제작진이 인터뷰한 군사 전문가들은 문제의 동영상 장면을 분석한 뒤 “전투훈련”이란 결론을 내렸다.

독일에서 전투훈련은 현직 군인과 경찰, 또는 당국의 감독을 받는 민간보안업체들에만 허용된다. 모스바흐에서 있었던 ‘군사 훈련은 민간 네트워크 조직인 ‘유니테르(Uniter, 단합자)’가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니테르의 창설자 안드레 슈미트는 독일 특수군 사령부(KSK) 출신으로, 지금은 독일 전역에서 활용되는 텔레그램 메신저에 대화 그룹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본인은 대화방에서 자칭 ‘한니발’로 통한다. 한니발은 기원전 3세기 로마제국과 맞붙었던 카르타고의 명장 이름이다. 위 그룹에는 ‘프레퍼’로 불리는 하위 그룹들이 조직돼 있는데, 이들은 ‘현재 지배적인 사회질서의 붕괴’에 대비해 그에 대응하는 인프라 구조를 설립하는 계획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그룹 대화방은 2015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적극적인 난민 수용 정책이 독일 사회에 논란이 되던 때에 동서남북으로 분화돼 뻗어 나갔다고 한다. 그룹 회원들은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있을 경우 자신들의 무기와 탄약, 식량 공급 확보를 어떻게 할지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아르데>와 <가디언>이 입수한 음성 녹음 파일에는 슈미트가 “(이 훈련의 목적은) 독일 전역, 또는 어디든 용이하게 파병할 수 있는 훌륭한 보병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이 그룹의 내부 문건에도 군사 훈련을 “전투원 파이프라인 훈련의 일부”로 표현한 대목이 나온다고 한다. “최후의 국면에서 소총과 권총을 다룰 수 있고 근접전투나 도시 시가전에 훈련된 ‘전투태세가 갖춰진 전투원’들을 양성하도록 디자인된 훈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룹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메신저 대화 내용이 단지 “상상 실험”이었다고 주장한다. <아아르데> 방송팀과 접촉한 슈미트는 모스바흐에서 진행됐던 훈련은 의료 구급 훈련이었으며 실제 살상무기가 아니라 서바이벌 게임용 압축공기총이라고 주장했다. ‘보병부대 양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슈미트는 “유엔의 임무인 인도주의적 맥락에서 응급 의료 대응팀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달 새 독일 전역에선 이 네트워크 활동의 전체 그림을 파악하기 위한 여러 건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엔 독일 북부 채팅 그룹의 한 조직원이 무기 절도와 저장 혐의로 체포됐는데, 훔친 무기의 일부는 독일 군부대에서 획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독일 검찰은 “정치적 좌파의 대변자들을 일망타진”하려는 음모를 꾸민 경찰관과 변호사 등 2명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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