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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2 19:04 수정 : 2006.05.22 19:04

세계 10대 은행 자산 4조6천억→12조6천억달러
이코노미스트 “크다고 반드시 좋은 은행 아니다”

대형 은행들의 몸집 불리기 행진의 끝은 어디인가?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인수·합병을 통한 은행 대형화의 현 주소와 그 의미를 분석한 조사보고서를 최근 냈다.

2004년 기준으로 스위스연방은행(UBS)의 자산은 1조533O억달러로 9년 전 자산규모 1위 은행인 도이치방크(당시 5030억달러)보다 3배 이상 많다. 1∼10위 은행의 총자산은 1995년 4조6330억달러에서 2004년에는 12조5970억달러로 2.7배 이상 늘었다. 1985년에 1위였던 시티그룹이 1670억달러의 자산을 지녔던 점에 비추면, 1위 은행의 자산규모는 19년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대세로 자리잡은 은행들의 몸집 불리기는 인수·합병 바람의 결과다. 미국에서는 10개 시중은행이 은행 자산의 49%를 쥐고 있다. 10년 전에는 그 비율이 29%였다. 은행업과 보험업, 증권거래업 사이의 장벽을 없앤 게 이런 집중을 불러왔다. 유럽에서는 시장과 화폐 통합, 옛 사회주의권의 시장경제체제로의 이행이 공룡 은행들을 만들었다.

일본 은행들은 1985년에는 자산규모 10대 은행 중 5개, 1995년에는 7개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 붕괴로 미수채권이 쌓이고 자산이 3분 1까지 준 곳이 속출하면서 거대은행 순위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부실은행을 정리하는 합종연횡을 통해 미즈호, 스미토모미츠이, 미츠비시-유에프제이라는 3개의 거대은행으로 정리된 일본 은행업계는 다시금 세계 금융산업의 큰손으로 성장했다.

신흥시장에도 금융업 대형화 바람이 불었다. 러시아 은행들의 거래규모는 연간 30∼40%씩 불어나고 있다. 정부 지분 매각이 진행 중인 중국 은행들의 자산은 2000∼2004년 사이 갑절로 늘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은행들이 기를 쓰고 덩치 키우기에 나서는 내적 동기를 몇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대형화를 통해 비용 절감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규모의 경제’다. 둘째, 사업 다각화를 통해 거둘 수 있는 ‘범위의 경제’를 노린다. 단순하게는 더 큰 기업을 경영하고 싶다는 최고경영자의 욕망이나, 누군가에게 먹히지 않으려면 그 누군가를 먼저 먹어야 한다는 논리도 작용한다. 또 덩치 큰 은행은 정부한테 끌려다니지 않고 규제정책 등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 인수·합병의 절반 가량은 인수 은행의 주주가치를 감소시켰다고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의 필리페 드베커는 지적했다. 기업 규모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무작정 더 키운다고 좋은 게 아니라, 관리의 어려움이나 잠재 위험의 무시 등이 작용해 거꾸로 ‘규모의 비경제’를 낳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미래에는 대형화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5년 간 세계 금융서비스 수요의 25%를 차지할 중국 금융시장에의 투자도 결과를 지켜봐야 할 대목으로 꼽았다.


1990년대 일본을 빼고는 선진국 경제는 대부분 급격한 침몰을 겪지 않아 금융 안정성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은행 대형화는 그만큼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큰 규모의 은행일수록 위기 대처가 어렵고, 은행 붕괴가 결국 납세자 부담으로 귀결될 개연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미국은 인수·합병을 통해 특정 은행이 수탁고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막고 있다.

붕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유럽연합 역내 은행들은 내년부터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한 바젤Ⅱ협약을 실행하기로 했다. 현재의 자기자본비율 적립 방식에서 나아가, 미래의 ‘기대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도 쌓게 하는 제도이다. 다수의 미국 은행들은 이 규정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이행을 꺼리고 있는 상태다.

보고서는 “우수한 은행은 커져가는 경향이 있지만, 큰 은행이 반드시 좋은 은행은 아니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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