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29 19:41
수정 : 2006.05.29 19:41
‘중국효과’ 소멸 우려…“아직은 낮은 수준”
인플레이션이 다시 세계경제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동안 맥을 못추던 인플레이션이 달러 약세와 함께 지난 2주일 가까이 국제금융시장을 막후에서 뒤흔든 것이다. 몇몇 나라의 인플레이션 지표가 높게 나오면서 신흥시장의 주식시장과 상품시장은 크게 출렁거렸다. 이는 곧바로 미국과 유럽 주식시장 등에 파급됐다.
세계경제가 인플레이션에 큰 경각심을 갖게 된 직접적 계기는 지난 17일 발표된 미국의 물가통계였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가 상승 등으로 말미암아 한달 전에 견줘 0.6% 올라,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0.5%)을 웃돌았다. 또 한해 전 대비 상승률이 3.5%에 이르렀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신호로 받아들였고, 그 파장은 신흥시장 주식 등에 대한 매각 행진으로 나타났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의 4월 연간 인플레율도 2.4%로, 한달 전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일본의 4월 소비자물가 역시 한해 전보다 0.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0개 회원국의 올해 물가상승률이 2.1%로 애초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높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은 급속히 확산됐다. 유로존과 일본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세계경제가 지난 몇 해 동안 누려온 ‘활기찬 성장과 완만한 인플레’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점친다. 금리가 올라가면 성장률은 떨어지기 쉽다.
최근의 물가상승률은 1970년대 중반~8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당시는 물가상승률이 두자릿수에 이른 해가 많았다. 성장률도 낮아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각국이 지금 인플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세계경제의 불균형을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이 인플레 관련 지표의 조그만 변동에도 일희일비하는 게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게다가 낮은 인플레를 뒷받침해온 ‘중국 효과’ 등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이 그동안 저임금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상품을 싼값에 공급하는 데 힘입어 물가가 안정됐으나 이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앤디 시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지난 3년간 중국 수출기업의 인건비가 25%나 뛰어 저가 수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등 원자재가격 오름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 우려가 과장됐다며 여전히 사태를 낙관하는 전문가들도 한둘이 아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인플레 관리 능력이 향상됐으며, 세계화에 따른 상품 가격 인하 효과가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고 이들은 내다본다.
이경 선임기자
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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