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11 17:41
수정 : 2006.12.11 18:09
지분율 27.4% 최대주주...‘인수자금’ 추가 확보나서
스포츠카 전문 제작회사인 포르셰가 같은 독일의 국민차 기업 폴크스바겐을 인수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미 지분율 27.4%로 폴크스바겐 최대 주주인 포르셰는 6일 ‘실탄’ 확보계획을 밝혔다. 875만주를 새로 발행해, 현 시가로 약 80억 유로의 자본금을 더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포르셰는 지난달 폴크스바겐의 지분율을 29.9%로 끌어올리겠다고 이사회 승인을 받아놓은 상태이다. 독일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인수를 공식제안해야 하는 30%의 턱 밑까지 치고 올라가게 되는 셈이다. 현재 두 명인 폴크스바겐 이사회 몫도 3~4명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포르셰 벤델린 비데킹 회장은 6일 “일본 도요타와는 폴크스바겐만이 맞설 수 있다”며 “폴크스바겐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포르셰가 이미 폴크스바겐을 지휘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지난해 포르셰의 폴크스바겐 주식인수는 외국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기 위해 시작됐지만, 이제 자신들이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출 14배의 ‘골리앗’ 인수를 넘보는 ‘다윗’ 포르셰의 야심찬 시도를 뒷받침하는 엔진은 911 시리즈 등의 탄탄한 판매실적이다. 포르셰는 지난해 7억7900만 유로였던 순익이 올해는 거의 두 배인 13억9천만 유로에 이르고 있다. 7월 말 현재, 9만6794대를 팔아 1년 전 판매량 8만8379대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반면, 폴크스바겐은 경영난에 비리까지 겹쳐 일자리 2만개 축소 등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다.
포르셰와 폴크스바겐 사이에 얽힌 가족사도 인수 여부를 흥미롭게 하고 있다. 천재 디자이너 페르디난트 포르셰는 아돌프 히틀러의 명령으로 1934년 폴크스바겐의 ‘비틀’을 디자인한 장본인이다. 폴크스바겐의 초대 회장을 지낸 포르셰는 자신의 사위에게 폴크스바겐의 경영을 넘겨줬다. 현 폴크스바겐 회장인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페르디난트 포르셰의 손자다. 이런 두 회사 사이의 인연과 상호협력 관계 때문에 <파이낸셜타임스>는 포르셰가 폴크스바겐을 인수하면 “유럽 최대 자동차그룹 폴크스바겐이 ‘포르셰피에히바겐’으로 이름이 바뀔지 모른다”고 내다봤다.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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