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리펀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후임 후보
|
부시 “정치독립적 인물” 공언 불구 우려 ‘솔솔’
“내가 누구를 뽑든 그 사람은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인물이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4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1월말 퇴임예정인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의 후임자 인선 기준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유난히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막강한 자리에 자신의 공언대로 독립적인 인사를 앉힐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연준 이사회의 전문분석기구인 파이낸셜 마켓센터의 톰 슐레진저 소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부시가 최근 사망한 대법원장 후임과 샌드라 오코너의 후임 대법관을 모두 자신의 측근으로 임명한 점을 상기시키며 차기 연준 의장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전문가 말을 인용해 “비독립적인 인사가 연준 의장에 앉을 경우 (행정부의 요구에 따라) 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것이고, 그럴 경우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훨씬 심화될 것”이라며 부시의 측근 기용 가능성에 대놓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 거론되는 유력 후보들은 하버드대·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출신이라는 점 말고도 부시와 가깝다는 공통점이 있다. 1순위로 꼽히는 현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인 벤 버난케는 지난 6월 자신의 생일날 부시로부터 “의장자리에 가장 가깝게 있다”는 ‘덕담’을 듣기도 했다. 2001년부터 2년간 경제자문위원장으로 감세정책에 공을 세운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교수는 △경제문제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능력 △정권에 대한 남다른 충성심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의 전폭적 지지 등에 힘입어 급부상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공급경제학의 아버지’라는 평을 듣는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2000년 대선 때 부시 선거참모를 지냈다. 연준 통화정책 이사 출신인 래리 린지는 대통령보좌관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가장 정치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부시가 “솔직히 지금까지 어떤 후보도 거명되지 않았다”고 언급한 점을 들어 ‘열린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누가 되든 후임 의장은 막대한 재정적자와 부동산 거품에 허덕이는 미국 경제를 구해내야 하는 임무를 떠맡게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김도형 aip209@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