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8.02 20:15
수정 : 2015.08.02 20:15
나흘간 협상에도 의견차 못좁혀
9월초 넘기면 ‘조기타결’ 난망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12개 당사국 장관급 각료들이 나흘간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차기 일정도 잡지 못한 채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티피피 협상이 장기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31일(현지시각) 하와이 마우이섬 웨스틴호텔에서 나흘간 협상을 마친 뒤 12개국 협상단을 대표해 낭독한 성명을 통해 “의미있는 진전을 이뤘으며, 어느 때보다 티피피가 타결될 것이라는 확신이 강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로먼 대표는 “앞으로 남아있는 몇 가지 쟁점들을 놓고 계속 협상해 나갈 것”이라며 “차기 각료회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12개 당사국 가운데 미국·일본·캐나다·멕시코·호주 5개국은 낙농품 시장 개방과 자동차 교역, 생물의약품(신약특허) 자료보호기간 등을 놓고 상당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특히, 캐나다가 낙농시장을 개방하려는 미국과 뉴질랜드에 맞서 완강하게 버티면서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일 기자들과 만나 “최종적으로 합의에 이를 때까지 전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마키 아키라 경제재생상도 하와이 현지에서 협상 폐막 후 기자회견을 하면서 “한차례 더 각료회의를 열면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견해를 밝히려 애썼다. 그러나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아직도 복병이 될 수 있는 쟁점들이 많다”며 협상의 조기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10월 캐나다 총선과 내년 미국 대선 등 국내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각국의 복잡한 정치적 일정 때문에 ‘9월 초’가 티피피 타결의 마지막 시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시한을 넘기면 티피피가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티피피 협상의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당장 임기말 ‘업적쌓기’에 차질이 빚어질 뿐 아니라, 대선 쟁점으로 부각돼 민주당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주요 지지 기반인 노조뿐 아니라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도 티피피를 반대하고 있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티피피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도쿄/이용인 길윤형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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