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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9.25 19:31 수정 : 2015.09.25 20:47

2차대전 이후에도 영향력 막강
여전히 의결권 주식 절반이상 보유
“폐쇄적 경영구조가 위기 배경”

유독 미국 시장에서만 맥못춰
판매부진 만회 조급함 초래

유럽 판매 차량서도 조작 확인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독일 폭스바겐(폴크스바겐) 그룹이 궁지에 몰린 데는 미국 시장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조급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폴크스바겐 그룹의 폐쇄적 경영구조도 배경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폴크스바겐이 일본 도요타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다투고 있지만 유독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었으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배출가스를 시험 때만 적게 배출하는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는 방법까지 쓴 듯 보인다고 전했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 1위를 기록했지만, 폴크스바겐 전체 차량 판매대수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6%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지만 판매량이 기대에 못미쳤다는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에서 전체 신차 판매대 수가 감소하고 연비가 좋은 자동차를 찾는 수요가 커지자, 2009년 미국 테네시 공장을 착공해 반격의 기회를 찾았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최근 회복세로 돌아섰는데도 폴크스바겐의 실적은 좋지 않았다. 미국 시장 조사기관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실적 기준으로 폴크스바겐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와 기아차에 뒤진 2%에 머물렀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24일(현지시각) 폴크스바겐의 폐쇄적 조직 문화에서도 문제의 배경을 찾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정 가문의 영향력이 큰 폴크스바겐 이사회 운영의 폐쇄성을 가장 먼저 문제로 꼽았다. 폴크스바겐은 독일 나치 정권 시절 아돌프 히틀러 총통의 국민 자동차 제조 계획에 따라 설립된 독일 국민차 준비회사가 전신으로, 이 프로젝트를 실무적으로 주도했던 자동차 전문가가 페르디난트 포르셰였다. 포르셰는 자동차 ‘비틀’을 기반으로 스포츠카 포르셰도 만들었고, 포르셰 가문은 전후에도 폴크스바겐과 포르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포르셰 가문 내부 투쟁과 전문 경영자와의 경쟁에서 이긴 승자가 올해 초까지 회장을 역임했던 포르셰의 외손자 페르디난트 피에히(78)다. 피에히는 1993년부터 폴크스바겐 회장을 지내면서 고급차 브랜드인 람보르기니와 벤틀리를 인수하는 등 회사의 몸집을 불렸으며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피에히는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사임한 최고 경영자인 마르틴 빈터코른을 밀어내려다가, 올해 초 자신이 오히려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되기 전까지만 해도 폴크스바겐을 20년 이상 장악했다. 지금은 회장직에서 물러나 있기는 하지만 피에히를 포함한 포르셰 가문은 폴크스바겐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은 폴크스바겐 경영 방식이 “독재적이며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했다.

한편, 독일 정부는 24일 폴크스바겐 유럽 판매 차량 중 1.6ℓ와 2.0ℓ디젤 모델에서 미국처럼 시험을 할 때만 질소산화물 등 배출가스를 눈속임으로 줄여서 배출하는 소프트웨어가 작동했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이 22일 누리집 성명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차량들이 1100만대 정도된다고 밝혀서, 유럽 판매 차량에도 눈속임 소프트웨어가 작동됐을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많았다.

이날 미국의 29개주는 공동으로 폴크스바겐 관계자를 소환해서 조사를 벌인다고 일리노이주 법무장관 대변인이 밝혔다. 이틀 전 뉴욕주 법무장관이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주와 공동 조사단을 꾸리자고 제안했다.

폴크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사임 의사를 밝힌 빈터코른을 대신할 새 최고 경영자로 마티아스 뮐러 포르셰 스포츠카 사업부문 대표를 선임할 전망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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