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12.01 19:39
수정 : 2015.12.0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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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 위안의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 편입을 승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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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SDR 통화’ 위안화 편입
1969년 SDR 창설 이후
새 통화 편입은 사실상 처음
구성비율 10.92%…엔·파운드보다 높아
국제금융시장서 향후 수년간
수천억달러규모 준비자산 수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 결정으로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이자 준비자산으로 공인받았다. 이번 결정은 미국 달러의 금융 패권에 도전하는 위안화의 대장정이 본격화됐음을 의미한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30일(현지시각) 집행이사회에서 내년 10월부터 특별인출권 가치를 산정하는 통화바스켓에 달러·유로·파운드·엔 외에 위안화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유로가 2000년에 독일 ‘마르크’와 프랑스 ‘프랑’을 대체한 뒤 가장 큰 변화로, 1969년 특별인출권 창설 이후 새 통화 편입은 사실상 처음이다. 금과 달러를 보조할 국제 준비자산으로 만든 일종의 가상 화폐인 특별인출권은 회원국들이 지분에 따라 배정받아 외환보유액으로 운용하며, 통화바스켓 구성 통화로 바꿀 수 있다. 위안은 통화바스켓 구성 비율(10.92%)도 엔(8.33%)과 파운드(8.09%)보다 높게 책정돼 단박에 ‘세계 3대 통화’ 지위도 얻었다.
이번 결정은 국제통화기금이 위안화를 무역에서 중요도가 크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통화로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국제 금융 질서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세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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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당장 큰 변화는 없겠지만 몇 년간 수천억달러 규모의 위안화 준비자산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미국 투자은행 제이피모건체이스는 5년간 각국 중앙은행들과 국부펀드들이 중국 채권에 3500억달러(약 405조원) 규모의 투자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은 중앙은행들과 민간 투자가들이 5년간 6260억~1조1천억달러어치를 투자하리라고 예상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중앙은행들은 특별인출권 구성 규모를 외환보유고 구성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50여개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위안화가 전세계 준비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로 추정된다.
위안화 지위 격상에는 세계 최대 무역국으로 부상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국제통화화 전략이 작용했다. 중국은 2009년부터 금융시장 개방과 위안화 무역 결제 확대를 정력적으로 추진했다. 당시만 해도 국제 결제에서 거의 쓸모가 없던 위안화는 지난해 중국 무역 결제에서 22%까지 비중이 올라갔다. 각국 은행들의 연합 기관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가 집계한 올해 8월 국제 결제통화 순위에서 일본 엔을 제치고 4위까지 올라서기도 했다.
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은 위안화가 이번 결정을 주춧돌 삼아 달러 패권을 얼마나 위협할지로 향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 총재는 2009년 달러의 기축통화 구실을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으로 대체하자며 달러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위안화 위상 강화 추진은 우선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는 실익이 있기 때문이다. 달러가 세계 금융시장에서 중심적인 기축통화 노릇을 하기에 미국 정부와 기업들은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다. 위안화의 국제통화 지위가 안정되면 달러 자산이 50% 이상으로 추정되는 3조5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외환보유고도 축소할 여지가 생긴다. 중국 쪽에서는 1조달러대면 충분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미국의 이란과 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에서 보듯, 통화 패권은 국제정치적 힘도 안겨준다.
현재 위안화의 위상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의 통화로서는 미약한 편이다. 달러의 세계 준비자산 비중은 60%가 넘는다. 미국 주식·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액은 중국의 80배다. 이번 결정이 실질보다는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세계 외환보유액 규모(11조4600억달러)에 견줘 특별인출권(2850억달러어치)은 미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의 주도면밀한 금융시장 개방 전략 등을 고려하면 위안화는 성장 일로를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은 이번 결정을 하면서 중국에 금융시장 개혁과 개방 확대를 주문했다. 수십년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20세기에 미국 경제와 달러가 영국 경제와 파운드를 압도한 역사가 21세기에는 달러-위안화 관계에서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미국과 일본이 위안화의 특별인출권 편입에 반대한 것은 이런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와 위안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다투면 갈등이 발생하고, 금융위기 때 어떤 통화에 의지할지를 두고 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 매체는 “미국과 중국이 재정과 통화의 건전성 경쟁을 벌이면 세계 경제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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