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1.24 20:19
수정 : 2016.01.24 21:57
‘불리한 유가 책정’ 해법은
‘원유는 공구(공동 구매)하지 말란 법 있나?’
‘원유 통해 한·중·일 모두 윈윈하면 안 되나?’
중동 산유국들이 아시아 국가들에 원유를 상대적으로 비싸게 파는 ‘아시아 프리미엄’ 관행과 관련해 석유업계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저유가에 따른 경제적 유불리만 따질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유가 국면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3국 장관 공조해 계약조건 개선
정부 추진 ‘동북아 오일 허브’ 시설
산유국에 임대 방안도 검토해볼만
■ 한·중·일 에너지장관 공조로 계약조건 개선을 배럴당 1~2달러에서 많게는 3~4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아시아 프리미엄은 최근 산유국들의 시장점유율 경쟁 속에서 크게 축소됐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문제는 국제 원유 시장이 언제 다시 공급자 위주 시장으로 재편될지 모르고, 아시아 프리미엄도 언제든 다시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유업계에서는 우선 한·중·일 에너지장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원유 수입국으로 올라선 중국과 5대 원유 수입국에 들어 있는 한국과 일본이 공조해 기존의 불합리한 계약 조건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에너지정책연구본부장은 “예전에는 공조를 하려 해도 산유국들에 찍힐까봐 미루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지금과 같은 저유가 국면에서는 수요자 쪽의 협상력이 강화돼 상황이 다르다. 다만 과거 동북아시대를 강조하던 참여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제안을 했지만, 중국과 일본이 별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3국 에너지 장관들이 만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성사만 된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양대 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펙과 페트로차이나에만 원유 도입권을 줬던 정책을 바꿔 지난해부터 지역(성) 단위 소규모 정유사들에도 직접 원유를 도입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원가 절감 필요성이 높은 중국의 군소 정유업체들과 손을 잡거나 협력을 논의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재판매 금지 등 한·중·일 세나라에 유독 까다로운 원유 도입 계약 조건도 수정을 시도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세 나라가 영토·역사·교과서 문제로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은 3국 간의 관계 개선이라는 효과를 덤으로 얻을 수도 있다.
■ ‘동북아 오일허브’ 계획에 산유국 동참도 아이디어 수준이지만, 산유국들에 정부가 운영 중인 비축시설을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정부는 2000년대 말부터 울산과 여수에 3660만배럴 규모의 저장시설을 건설·운영하고 국제 석유 거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동북아 오일 허브’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석유 금융과 석유 거래(트레이딩)의 인프라가 뒤따르지 않으면 막대한 규모의 창고만 짓고 만 셈일 수 있는데, 이 시설을 산유국에 장기 임대하는 방안을 궁리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산유국은 전세계 석유 수요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동북아 시장 한복판에 물류창고를 갖게 되는 것이고, 한국은 유지·관리비를 절약하면서 시설 임대 수입도 얻을 수 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상시 한국이 우선 사용권을 갖는 조건으로 비축시설을 산유국에 임대한다면 관리비 부담 없이 비축유를 확보하게 돼 국익에 도움이다. 또 유가가 급격하게 움직이면 비축유 평가손익 때문에 정유사들 실적이 널뛰기를 하는데 (비축시설을 임대해주면) 그 위험이 줄어들어 정유사 경영 안정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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