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09 22:54
수정 : 2018.05.09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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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9일 전격적인 평양 2차 방문에서 북한이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3명과 함께 귀국 길에 올랐다. 사진은 3월 말~4월 초 1차 방북 때 모습 백악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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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억류 미국인 3명 석방
정상회담 전제조건 해결돼
교착상태 우리 일단 해소
김영철 “미국과 평화 큰 역할 기대”
폼페이오 “그것 위해 함께 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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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9일 전격적인 평양 2차 방문에서 북한이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3명과 함께 귀국 길에 올랐다. 사진은 3월 말~4월 초 1차 방북 때 모습 백악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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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난 뒤 3명의 한국계 미국인 억류자들을 넘겨받아 귀국길에 오르면서 삐끗하는 듯하던 북-미 정상회담의 전망이 다시 트이게 됐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간 공개가 늦어지며 물밑 협상 과정에서 어려움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에서는 최근 며칠 사이 북-미 간 사전 협상 과정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된다는 ‘미확인’ 소문이 흘러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여러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 결정이 끝났다”고 밝혔음에도 차일피일 발표가 미뤄진 탓이다. 그 때문에 워싱턴 싱크탱크 사이에선 정상회담 장소·시기 발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22일 워싱턴 회담 이후로 미뤄질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문 대통령의 ‘중재’를 기다려야 할 만큼 북-미 사전 조율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관측이었다. 일부에선 ‘6월 초’로 사실상 확정된 듯 보였던 정상회담의 연기설 혹은 취소설이 나돌기도 했다. 정상회담 취소는 양쪽 모두에 위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긴 했지만, 그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었다.
이 같은 우려는 일단 해소된 듯 보인다. 북한이 억류한 미국인들의 석방 문제는 정상회담 사전 분위기를 조성하고 북-미 신뢰를 구축하는 첫 단추로 여겨져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고,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도 정해졌다고 밝혔다. 그 이상 구체적인 정보가 나오진 않았지만, 양국이 사상 첫 정상회담을 실현시키기 위해 서로 인내심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장소·날짜가 정해졌다고 밝혔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으로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과 북쪽 인사들은 적극적 대화 의지를 확인하는 말도 주고받았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오찬 건배사에서 “미국이 한반도 평화 구축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고 하자, 폼페이오 장관은 “바로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일할 것을 똑같이 약속한다”고 화답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그동안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당신은 우리 두 나라 정상의 성공적인 회담 개최를 위해 훌륭한 파트너 역할을 했다”고 추어올렸다.
그러나 양국 간 이견이 확실히 메워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북한은 비핵화 방식으로 북한이 취하는 조처마다 미국이 보상해 주는 ‘단계적인 해법’을 주장해 왔지만, 미국은 비핵화 완료까지는 어떤 제재 완화도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미국의 요구를 북한은 ‘일방적 항복’ 요구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북한은 또 비핵화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넘어 중·단거리 미사일이나 생화학무기, 인권 문제 등으로 의제를 확대하려는 미국의 시도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이 건(비핵화 의지 표명)은 바깥에서 부과한 제재의 결과가 아니다”라며, 북한이 미국에 무릎을 꿇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길윤형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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