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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14 18:11 수정 : 2018.08.1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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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풀린 40조달러…터키 위기의 근저
선진국 금리인상에 신흥시장 통화위기 격화 가능성
에르도안 “미국산 전자제품 수입 금지”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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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이후 격화된 터키 리라화 폭락 사태가 다른 신흥국들의 전반적 통화 위기로 ‘감염’될지 고비를 맞고 있다.

이번 사태는 신흥국 전반을 휩쓰는 통화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을 나타내는 몇 가지 요소를 갖고 있다. 터키의 위기가 심화되는 주요 원인으로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해결을 위해 선진국들이 풀어놓은 돈을 거둬들이는 점이 꼽힌다. 국제금융협회(IIF)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40조달러가 신흥국시장에 풀렸다고 집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양적완화로 풀어놓은 돈은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등 신흥시장의 정부·기업에 대출됐다. 당시 미국 등의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었기에 돈이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유지한 신흥시장으로 흘러간 것이다.

터키는 이렇게 확보한 돈으로 대규모 인프라 건설 등 경기 부양을 했다. 그로 인해 거품이 끼었지만, 권위주의적 통치를 휘두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돈의 흐름을 조절하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무력화하며 금리 인상을 억제했다. 그 결과, 터키 경제는 연 16%의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과열 부작용에 빠졌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며 양적완화 정책이 끝나자 자금 흐름은 변했다. 연준은 2015년 말 양적완화를 종료하며 금리를 인상하고 달러를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국제 자금이 미국으로 회귀하며 달러 가치가 상승했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터키산 철강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 전까지 이미 약 20% 폭락한 상태였다. 이후 보복관세로 리라화 가치는 20% 넘게 추가 폭락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터키 사태를 “값싼 자금의 시대가 종료되면서 나타나는 위기의 전조”라고 칭했다.

향후 초점은 이번 사태가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 달러 채무가 많은 다른 국가들로 감염될지 여부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6월 부채 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뒤 금리를 40%까지 올리며 사태를 간신히 진정시켰다. 하지만 터키 사태 이후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7%나 하락하며 위기가 재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금리를 추가로 5%포인트 올리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도 13일 10% 폭락했고,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루피아화 방어를 위해 총력 개입하고 있다.

터키의 위기는 유럽까지 감염시킬 수도 있다. 유럽 은행들이 터키에 물린 돈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우니크레디트, 프랑스의 BNP파리바 등이 터키 기업들에 거액을 대출해줬다.

이런 가운데 미-터키 정부는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4일 미국산 전자제품 수입 금지 방침을 밝혔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미국에 아이폰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삼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휴대폰은 터키에서 인기가 높다. 그는 또 터키 국내산 휴대폰 브랜드들도 언급하면서, 대미 무역을 줄이고 유럽과의 거래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외신들은 전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미 터키대사를 만나, 터키에서 석방됐으나 가택연금 중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석방 외에는 해법이 없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사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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