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공동창업자 “통제받지 않는 괴물 된 페북 분할해야”

스마트폰 화면 위에 뜬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의 모습. AP 연합뉴스

■ 크리스 휴스 ‘뉴욕 타임스’ 기고

“연방거래위-법무부 반독점법 집행
인스타·와츠앱 인수 허가 취소해야”
“클릭수 높이려 보안 등 등한시 화나”

“성공한 미국 기업 분할 요구하면서
책임성 강요할 수 없어” 페북 반박

스마트폰 화면 위에 뜬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의 모습. AP 연합뉴스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휴스가 거대 공룡이 된 페이스북을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스는 9일(현지시각)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페이스북은 소셜미디어 영역에서 모든 경쟁 기업을 사라지게 하는 독점기업이 됐다”며 “정부가 저커버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과 와츠앱 인수 허가는 연방거래위원회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라며 “연방거래위가 법무부와 함께 반독점법을 집행해 두 회사 인수 허가를 취소하고 몇년간 기업 인수를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휴스는 하버드대 기숙사 룸메이트 마크 저커버그 등과 함께 2004년 페이스북을 창업했다. 그런 그가 페이스북의 분할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소셜미디어 시장의 80%를 장악한 독점기업이 된 페이스북이 자유경쟁을 말살하고 통제받지 않는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창업 초기부터 ‘시장 지배’를 입에 달고 산 저커버그가 “지나치게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클릭 수를 올리려고 보안 문제 등을 등한시한 것에 화가 난다”고도 했다. 개인정보 대량 유출, 가짜뉴스 등을 이용한 정치 개입, 혐오 사상 확산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또 비판이 거세지자 저커버그가 3월에 <워싱턴 포스트> 기고를 통해 “정부가 인터넷을 좀 더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며 전향적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도 “마음에 없는 소리는 아니겠지만, 페이스북 해체 필요성으로 논란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페이스북이 진짜로 두려워하는 건 규제가 몇 개 늘어나는 게 아니라 반독점 소송”이라는 것이다. 휴스는 “페이스북은 사업가 정신을 몰아내고 소비자 선택을 제한하는 리바이어던(성경 속 바다 괴물로, 전체주의 국가의 비유)이 되고 있다”며 “정부가 ‘보이지 않는 손’이 힘을 잃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 정치권에서 거대 정보기술기업 해체 주장이 나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술기업을 해체해 거대한 구조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휴스의 기고가 파장을 일으키자 페이스북은 “성공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닉 클레그 페이스북 글로벌 업무 및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은 “책임성은 철저한 규제를 도입해야 확보될 수 있다. 성공한 미국 기업의 분할을 요구하면서 책임성을 강요할 수는 없다”며 특정 기업의 해체를 요구하기보다는 보편적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휴스는 2007년 페이스북을 떠나 시사지 경영 등을 해왔다.

이정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