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1 15:45
수정 : 2019.05.21 20:42
미 상무부 거래제한 조처 이후 구글·퀄컴·인텔 등
잇따라 “거래 중단 검토 중” 보도 이어져
실현되면 매출 절반 이르는 스마트폰 큰 타격 받을 듯
화웨이 “매출 증가세 줄겠지만 버텨낼 것” 호언장담
중국 ‘결사항전’ 뜻 밝히는 가운데 향후 추이 촉각
“올해 1~3월 매출이 39.9% 늘었는데, 연간으로는 20%에 못 미칠 것 같다. 영향은 부분적일 것이다.”
다음 세대 패권을 건 두 대국 간의 힘겨루기인 미-중 무역전쟁이 재개된 직후인 18일 런정페이(75) 화웨이 회장이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을 광둥성 선전 본사로 초청했다. 좀처럼 외국 언론을 만나지 않는 런 회장의 매우 이례적인 움직임이었다.
이 만남 사흘 전 미국 상무부는 “이란과 관련해 미국의 국익과 외교정책에 반하는 활동에 가담하고 있다”며 화웨이와 그 산하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포함시켰다. 런 회장은 이 조처로 ‘퀄컴 등 미국 기업들이 스마트폰에 필요한 반도체를 팔지 않으면 어찌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팔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됐다. (미국의 제재에 대한) 준비는 전부터 진행돼왔다”고 답했다.
런 회장의 호언장담과 달리 미국의 전방위 압박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화웨이의 속내는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발언이 전해진 뒤인 20일 화웨이 스마트폰이 채용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체(OS)와 크롬·유튜브·구글맵 등 주요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하는 구글, 핵심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인텔·퀄컴, 스마트폰 광학부품 업체 루멘텀, 하드웨어 집적회로를 만드는 자일링스 등이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검토하거나, 직원들에게 중단 사실을 통보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독일 인피니언도 미국에서 생산한 일부 제품 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최대 정보기술 업체 화웨이를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서 몰아내 고사시킨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화웨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9.5% 증가한 7212억위안(약 124조2600억원), 순이익은 25.1% 급증한 593억위안을 기록했다. 가파른 상승세를 견인한 것은 스마트폰이 주축인 소비자사업 부문(45.1% 증가)의 호조세였다. 이 부문은 화웨이 전체 매출의 48.4%를 차지했다.
화웨이가 지난해 판 스마트폰 2억대 중 중국 국내와 해외 판매량은 절반씩이다. 중국 내에선 구글 앱 사용이 금지돼 있어 이번 조처의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크롬이나 유튜브 등을 이용할 수 없다면 해외시장에선 큰 타격이 예상된다. 화웨이는 “자체 운영체제를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지만, 새 프로그램을 만들고 소비자들이 여기에 익숙해지기까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두번째 문제는 부품 조달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화웨이는 세계 톱클래스 수준인 반도체 설계 업체 하이실리콘을 거느리는 등 스마트폰용 반도체의 50%를 자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향후 1년간 사용할 반도체를 미리 주문해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장기적으로 미국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자력갱생’ 모델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와 중국 정부는 전방위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런 회장은 “(지난해 4월 미국의 제재를 받고 석달 만에 굴복한) 중싱통신(ZTE)처럼 미국의 요구에 응해 경영진을 바꾸거나 감시를 수용하진 않을 것이다. 중싱은 정부에 도움을 구했지만, 화웨이는 중재를 요구하지도 않고 손을 빌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무역 상대국을 위협하는 정책을 취하면 미국도 신용을 잃게 된다”는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반발 수위도 올라가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18일 “미국은 정치적 수단으로 중국 기업의 정상적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고,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중국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려는 중국 기업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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