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8 19:01
수정 : 2019.11.29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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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6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모습. REUTERS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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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콜롬비아 페소 가치 역대 최저
“반정부 시위 지속 영향 커” 지적
시위 안 번진 브라질까지 연일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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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6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모습. REUTERS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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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년간 특정 국가에서 발발한 국가 부채 및 통화 위기가 지역 전체에 순식간에 감염되는 경향을 보여온 중남미에서 최근 잇따르는 시위와 정치불안으로 다시 ‘통화 위기’가 번질 조짐이 심상찮게 나타나고 있다.
28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남미 통화가치는 올해 들어 전세계 신흥국 통화 가운데 최악의 약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 아르헨티나 페소가 37%(달러 대비), 칠레 페소가 15%, 브라질 헤알이 9% 하락했다. 중남미 통화 가운데 거래가 가장 많은 이들 세 나라가 사상 최저 수준을 뚫고 있다. 멕시코 페소만 올해 달러 대비 0.5% 상승했다. 그러나 멕시코 경제가 3분기에 성장이 멈추는 등 ‘온건한 침체’에 빠지면서 멕시코 페소화 가치도 향방을 점치기 어려운 형국이다.
28일 칠레 페소는 달러당 819.75페소(전날 대비 -2.74%)로 가치가 급락하면서 역대 최저점을 찍었다. 칠레 페소는 최악의 사회불안이 한달째 이어지면서 통화가치가 경련을 일으키며 지난 한달간 11% 추락했다. 콜롬비아 페소도 28일 달러당 3503페소(역대 최저)로 0.8% 떨어지는 등 4일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콜롬비아는 이반 두케 마르케스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에 민심이 동요하면서 1주일째 반정부 시위가 번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대다수 중남미 국가에서 통화가치 폭락은, 미국 3분기 성장률(2.1%, 직전 분기 대비 연율)이 시장 예상치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한 것도 작용했지만 연일 지속 중인 국내 반정부 시위의 영향이 크다”고 보도했다.
시위 물결이 아직은 번지지 않은 브라질 헤알도 이날 달러당 4.25헤알(전날 대비 -0.35%)에 거래되는 등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지난 사흘간 세 차례에 걸쳐 보유 달러를 외환시장에 대거 내다 파는 등 통화가치 방어를 위한 실물 개입에 나섰지만 ‘발작’을 되돌리진 못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캔터 피츠제럴드의 글로벌시장 수석분석가 피터 체치니는 “흥미롭게도 브라질의 물가 앙등 수준은 헤알 통화가치 하락에 비해 아직은 온건한 편이다. 하지만 오래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투자자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지만, 우르과이 페소 역시 최근 6일 연속 하락하면서 사상 최저수준으로 내려갔다. 이미 사상 최저치에 이른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와 거의 유사한 궤적을 보이고 있다. 금융회사 베어링스의 통화매니저인 오모툰데 라왈은 “과거 아랍의 봄과 유사한 사회불안이 중남미에서 일고 있고, 중남미 각국마다 특이한 정치·사회적 상황 속에 통화가치가 조정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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