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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7 19:34 수정 : 2019.12.18 02:42

민주콩고의 한 코발트 채굴 현장에서 아직 앳된 얼굴의 아이들이 강제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국제 어린이 후원단체 휴머니움 누리집 갈무리

애플·구글·알파벳·MS·델·테슬라 등 빅5
“IT기기 핵심원료 확보에 아동 강제노동”

미 NGO, “인신매매·부정축재…” 질타
애플·델 “엄격한 원료 조달 기준” 해명

민주콩고의 한 코발트 채굴 현장에서 아직 앳된 얼굴의 아이들이 강제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국제 어린이 후원단체 휴머니움 누리집 갈무리

민주콩고의 소녀 비제트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남동생 라파엘을 아들처럼 키웠다. 라파엘은 밝고 쾌활하며 배움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러나 라파엘이 12살이 되자 한 달에 6달러(약 7000원)의 학비는커녕 생계조차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라파엘은 마을의 대다수 또래 아이들처럼 코발트 채굴 일을 해야 했다. 처음엔 지표면 채취를 맡았지만, 15살이 되자 터널 내부 채굴에 투입됐다.

2년 뒤인 지난해 4월, 라파엘이 30명의 다른 광산 노동자들과 함께 갱내 채굴 작업을 하던 중 갱이 붕괴되는 사고가 났다. 뉴스를 본 비제트는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동생이 무사하길 비는 기도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끝내 생존자는 없었다. 비제트가 영국 일간 <가디언>은 16일 10대 남매의 사연을 전하며 콩고 코발트 광산의 아동 노동 현실을 고발했다.

민주콩고의 코발트 광산들이 어린이 노동 착취와 최악의 노동환경으로 악명이 높은 가운데, 미국의 글로벌 정보통신(IT) 업체들이 무더기로 어린이 인권 침해 혐의로 고소당했다.

미국의 인권 법률 구호단체인 국제권리변호사회(IRA)는 15일, 민주콩고에서 코발트 광산 붕괴로 목숨을 잃었거나 크게 다쳐 불구가 된 어린이들의 보호자 14명의 원고를 대리해 오하이오주 콜롬비아 소재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라파엘의 누나 비제트도 원고에 포함됐다. 소송 대상은 애플, 구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델 등 굴지의 정보통신 공룡들과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 등 5곳이다.

이들 기업이 생산하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전기차 등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전지에는 희토류 금속인 코발트가 필수 원료다. 코발트 수요는 최근 5년 새에만 3배나 폭증했으며, 2020년 말까지는 다시 그 갑절로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콩고는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국제권리변호사회는 성명에서 “코발트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들에게 값비싼 제품 생산을 위한 공급을 맞추기 위해 극히 위험한 석기시대의 노동환경에서 어린아이들에게 하루 1~2달러만 쥐여주며 채굴돼, 극단적으로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민주콩고 남부의 광산 지대에서 일하는 어린이가 약 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중엔 6살짜리 코흘리개도 있다.

변호사회는 “피고소 기업들이 코발트 광산업자들에게 어린이 사망과 심각한 부상을 낳는 강제노동과 착취를 지원했거나 부추겼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우리 연구팀은 다른 기술업체와 자동차 제조사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며, 집단소송에 추가되는 기업들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법인 ‘인신매매 피해자보호 및 재인가법(TVPRA)’ 위반을 비롯해, 부정축재, 근로감독 소홀, 고의적인 정서 장애 유발 등이 고소의 핵심 내용이다.

이 단체는 “어린이들이 온종일 강제노동에 내몰릴 뿐 아니라 극히 위험한 환경에서 자신의 교육과 미래를 빼앗긴 채 일하면서 장애가 되거나 목숨을 잃고 있다는 증거가 문서로 확보돼 있다”며 “고소당한 기업들은 이 아이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기는커녕 어린이다움과 건강, 목숨까지 빼앗아가며 값싼 코발트 채굴로 이윤을 뽑는 데 열중했다”고 질타했다. 이들 기업이 납품 광산기업 등 공급망에 대한 노동환경 규제나 윤리적 생산에 눈감고 경제적 이익 창출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애플과 델은 책임 있는 원료 조달 정책을 지키고 있다며 “애플의 엄격한 기준에 못 미치거나 그럴 의지가 없을 경우“(애플), 또는 “잘못된 행위가 적발될 경우”(델)에는 코발트 정제업자들을 원료공급망에서 배제한다고 해명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는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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