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07 21:04
수정 : 2005.01.0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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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람노에서 9일 미 해군 헬리콥터가 나눠 준 물을 받은 인도네시아 어린이가 손을 올려 경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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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생명피해 물론 심신 불안 심각
가족잃고 굶주림·질병 시달려…안정 시급
수지와 사마라싱하는 이번 해일로 살던 집과 부모를 잃었다. “갑자기 바닷물이 밀려온 뒤 모든 게 사라졌어요.” 스리랑카 남쪽 바타폴라의 한 절에는 수지와처럼 이번 해일로 부모를 잃은 어린이 40여 명이 한 방에 모여 살고 있다.
남아시아를 휩쓴 해일은 어린이들에게 더욱 큰 피해와 상처를 남겼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이번 해일로 15만여 명이 숨졌는데, 그 중 3분의 1이 어린이”라고 추산했다. 〈시엔엔〉방송은 5일 “어린이들은 작고 약해서 어른보다 자연재해나 질병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유엔아동기금이 ‘쓰나미 세대’로 이름붙인 150여만명의 어린이들이 부모를 잃었거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는 등 고통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뱀이 우글거리는 물 속에서 널빤지를 붙잡고 떠 다니다 이틀만에 구조된 메그나 라지셰하르는 “부모님이 어딘가에 살아서 나를 찾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며 부모가 빨리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내전으로 황폐해진 스리랑카 아이들의 삶은 해일이 덮치기 전에도 힘겨웠다. 고아원은 분쟁으로 부모가 숨진 아이들로 가득차곤 했다.
졸지에 고아가 된 아이들은 국제 인신매매범들의 범행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 유엔아동기금 인도네시아 대변인 존 버드는 “인신매매범이 아체주 어린이 한명을 근처 메단시로 데려간 일이 확인됐고, 말레이시아로 어린이 20여명이, 자카르타로 수백명이 유괴됐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럽 등지에서는 ‘쓰나미 세대’ 입양을 성급히 추진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엔아동기금은 고아가 된 어린이들이 친척과 함께 사는 게 가장 낫다고 말했다.
또 해일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후폭풍을 남겼다. 구호기관에 있는 어린이들은 음식과 깨끗한 물이 부족해 홍역, 콜레라와 설사, 영양실조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인도 훗베이섬에 사는 치란지비(12)는 해일로 집이 부숴진 뒤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바다에서 놀곤 했는데, 이젠 바다를 보기도 싫다”고 〈에이피통신〉에 말했다. 구호단체와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의 심리적 불안을 달래기 위해 교사들을 훈련시키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학교와 사회활동 기구들을 마련하고 있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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