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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2 18:29 수정 : 2005.01.02 18:29



한민족 재단 구호팀 현지통신

스리랑카는 이번 남아시아 대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곳 중 하나다. 1일부터 스리랑카에서 구호작업에 들어간 한민족복지재단 긴급구호팀의 유신희(27·여) 간사가 현지상황과 구조활동에 관한 글을 보내왔다.


1일 새해 아침이 밝았지만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거리는 하얀 조기가 물결을 이뤘다. 지나가는 차량과 집집마다 걸려 있는 조기가 이 나라의 아픔을 말해주고 있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스리랑카의 피해는 실로 막심했다. 해변 마을들은 거의 초토화됐다. 건물들은 거친 파도에 휩쓸려 모두 사라졌으며, 뽑혀나가지 않은 나무들만 간간이 보일 뿐이었다. 난파된 배들은 해안에서 육지 쪽으로 100여m까지 들어와 ‘정박’해 있었다. 살아남은 사람들도 모두 피신해 해변 마을은 ‘죽음의 마을’ 그 자체였다. 급하게 서두르느라 땅에 얕게 묻었는지 주검이 썩는 냄새가 심하게 났다.

스리랑카는 인구 1900만명 중 콜롬보에 거주하는 100만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바닷가에 살고 있다. 해변의 90% 이상이 폐허가 되었다고 하니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허물어진 건물을 바라보면서 넋을 놓고 주저앉아 있는 주민들, 썩어가는 옷가지들과 폐기물들, 넘쳐난 물이 빠지지 못해 곳곳에 생긴 웅덩이에서 나오는 악취와 벌레들….

12명으로 구성된 긴급구호팀의 마음이 바빠졌다. 일부는 한국에서 들여온 의약품·소독기·속옷류 등 물자들을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고, 일부는 현지에서 식료품·여성용품 등 필요 물자를 조달하느라 여념이 없다. 첫번째 의료봉사 장소로 찾아간 곳은 콜롬보에서 남쪽으로 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모라투와다. 이곳은 해일로 열차가 탈선한 곳으로 사망자보다는 부상자들이 많은 곳이어서 첫 진료지로 잡았다.

우리가 장소를 정하자 어디선가 주민들이 비닐 포대를 가져다 천막을 만들어 주었다. 막사엔 물기에 젖어 썩은 테이블 하나로 ‘미니 병원’이 만들어졌다. 주위에 널려 있는 옷가지와 썩는 냄새를 풍기는 오물로 정신이 아찔했다.

이날 의료진들은 100여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주홍종 의사(소아과)는 “환자는 대부분 삐거나 찰과상을 입은 다리부상 환자로, 해일 당시 급히 피하다가 입은 상처로 보인다”고 말했다. 많은 현지인들은 진료가 끝나도 돌아가지 않고 기다리며 의료진들을 응원해 주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고 ‘한국 최고’를 연발하는 등 환영과 감사의 인사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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