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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0 19:37 수정 : 2005.01.10 19:37

흠결없는 좋은 인재를 찾아내기란 한국이나 미국이나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지명된 버나드 케릭이 1주일만에 낙마한 게 대표적이다. 클레어 뷰캔 백악관 부대변인은 “우리는 ‘표준적인 검증절차’를 다 밟았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언론들은 “백악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고 비판했다.

그래도 백악관엔 ‘표준적인 검증절차’라는, 나름대로 체계가 잡힌 인사 시스템이 있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다.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백악관 인사국을 처음 설치한 이래 40여년간 꾸준히 확립된 전통이다. 이 점에서 인사실패 때마다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외치면서도, 항상 그 시스템 내용이 모호한 한국과는 다르다.

브루킹스연구소에 오래 몸담았던 브래들리 패터슨이 쓴 <화이트하우스 스태프>엔 백악관 인사검증 과정이 비교적 자세하게 서술돼 있다. 우선 백악관 인사책임자가 직접 각료 후보자를 만나 몇시간 동안 꼬치꼬치 캐묻는다. 후보자가 불쾌해 하더라도 피의자 신문하듯이 해야 뒤탈이 없다. 면담 마지막엔 이런 경고가 가해진다고 패터슨은 적었다. “만약 당신이 뭔가를 숨기고 우리가 그것을 찾아낸다면 당신은 ‘아웃’이다.”

이번에 케릭을 면담한 이는,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알베르토 곤살레스 백악관 법률고문이었다. 곤살레스는 수시간 동안 케릭을 다그쳤지만, 케릭이 불법이민자를 유모로 고용한 사실을 알아내진 못했다. 일부에선 곤살레스가 부시의 총애를 받는 케릭을 제대로 다그쳤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후보자는 이어 10개의 서류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인적사항·경력에서부터 세금납부, 재정상태까지 온갖 개인이력이 여기에 담긴다. 이 서류가 연방수사국(FBI) 배경조사의 기본 자료가 된다. 백악관의 각 국·실에서 취합한 후보자에 대한 의견들도 전달된다. 대규모 요원이 투입되는 배경조사엔 보통 몇주가 소요된다. 이 과정이 끝나면 대통령은 비로소 후보자와 함께 텔레비전 앞에 나와 국민에게 지명사실을 공식 발표한다.

케릭은 뭐가 문제였을까. 연방수사국 배경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도 전에 부시가 서둘러 발표한 게 잘못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케릭의 전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백악관 관리들도 알았다. 하지만 빨리 국토안보부장관을 임명해야 하고, 부시가 케릭을 ‘우리 편’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 절차가 생략되거나 완화됐다”고 보도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연방수사국의 배경조사가 완전히 끝난 뒤에야 각료 지명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러니 각료 지명을 둘러싼 파문을 찾기 힘들다. 늦더라도 과정을 차근차근 밟는 게 인사를 잘하는 첩경인 셈이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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