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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스톡홀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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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길 북 대사 “미국에 새 계산법 시간 줬는데…
협상 중단하고 연말까지 숙고해볼 것 권고”
미 국무부 “싱가포르 합의 진전 계획 소개했어
2주 안에 다시 오라는 스웨덴의 초청 수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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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밝혔다. 스톡홀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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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4~5일(현지시각)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됐다. 북한은 “미국이 빈손으로 왔다”며 미국에 결렬 책임을 돌렸고, 미국은 “우리는 창의적 아이디어들을 가져왔다”고 반박했다. 또 북한은 “연말까지 좀더 숙고할 것을 미국에 권고했다”고 발표했으나, 미국은 2주 안에 스웨덴에서 다시 만나자는 뜻을 밝혔다.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 딜’로 끝난 뒤 7개월 만에 재개된 실무협상도 합의 없이 종료됨에 따라, 비핵화와 상응조처를 둘러싼 양쪽의 줄다리기가 더 팽팽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실무협상의 북쪽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현지시각으로 5일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북한대사관 앞에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그는 “이번 협상이 조선반도 정세가 대화냐 대결이냐 하는 기로에 들어선 관건적 시기에 진행된 만큼 우리는 이번에 조미(북-미) 관계 발전을 추동하기 위한 결과물을 이뤄내야 한다는 책임감, 미국이 옳은 계산법을 가지고 나옴으로써 조미 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리라는 기대감을 안고 협상에 왔다”며 “그러나 협상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 나는 이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대사는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해내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다”며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미 미국 측에 어떤 계산법이 필요한가를 명백히 설명하고 시간도 충분히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이어 “우리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잘못된 접근으로 하여 초래된 조미 대화의 교착상태를 깨고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 수 있는 현실적인 방도를 제시했다”며 “핵 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 발사 중지, 북부 핵 시험장의 폐기, 미군 유골 송환과 같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 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조미 사이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문제해결에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현실적이고 타당한 제안”이라며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 이후에만도 미국은 열다섯 차례에 걸쳐 우리를 겨냥한 제재 조치들을 발동하고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마저 하나둘 재개했으며 조선반도 주변에 첨단 전쟁 장비들을 끌어들여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공공연히 위협했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김 대사는 “우리의 입장은 명백하다.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반도 핵 문제를 탄생시키고 그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는 미국의 위협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먼저 핵 억제력을 포기해야 생존권과 발전권이 보장된다는 주장은 말 앞에 수레를 놓아야 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라며 “우리는 미국 측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제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라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권고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미 실무협상이 실패한 원인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수정함으로써 대화 재개의 불씨를 되살리는가 아니면 대화의 문을 영원히 닫아버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다시 ‘연말 시한’을 제시하며 미국으로 공을 넘긴 것이다.
김 대사는 기자들로부터 ‘미국 쪽에서 체제보장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이나 의사표시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핵 실험 중지는 연말까지 유지할 것인가’, ‘만약 미국 쪽에서 또 다른 계산법을 들고나온다면 올해 중으로 다른 협상에 나올 의향이 있는가’라는 세개의 질문을 받은 뒤 한꺼번에 답했다.
그는 답변에서 “우리가 협상 진행 과정에 거론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여기서 다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명백한 것은 미국이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요구하는 계산법은 미국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의 발전을 위협하는 모든 제도적 장치들을 완전무결하게 제거하려는 조처를 할 때만이 그것을, 또 그리고 그것을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만지작거리면 그것으로서 조미 사이의 거래가 막을 내릴 수 있다는 데 대해서 이미 명백히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의 핵시험과 ICBM 시험발사 중지가 계속 유지되는가 그렇지 않으면 되살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입장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조선 반도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불변하다”면서도 “다만 미국이, 독선적이고 일방적이고 고담에 구태의연한 입장에 매달린다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마주 앉아도 대화가 의미가 없다. 그래서 협상을 위한 협상을 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미국에는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전혀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어둔다는 의미다.
김 대사의 발표 뒤 3시간 남짓 뒤인 5일 오후(미국 동부시각)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북한 주장을 반박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북한 협상’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북한 대표단에서 나온 앞선 논평은 오늘 8시간 반 동안 이뤄진 논의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고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논의가 이뤄지는 동안 미국 대표단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래 있었던 일들을 되돌아봤으며 양쪽 모두의 많은 관심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보다 집중적인 관여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국 대표단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개의 핵심 사안 각각에 대해 진전을 이루기 위한 많은 새로운 계획에 대해 미리 소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개 합의사항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쟁 당시의 전쟁포로 및 전쟁실종자 유해 송환이다. 미국은 이들 4개 항의 ‘동시적·병행적’ 추진을 강조해왔는데, 이번 실무협상에서 이를 진전시키기 위한 “많은 새로운 계획”을 제시했다는 얘기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논의를 끝맺으면서, 미국은 모든 주제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기 위해 2주 이내에 스톡홀름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 주최 쪽의 초청을 수락할 것을 제안했다”며 “미국 대표단은 (스웨덴의) 이 초청을 수락한 상태”라고 밝혔다. 2주 안에 스웨덴에서 북-미 실무협상을 다시 하자는 것이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미국과 북한은 70년간 걸쳐온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적대의 유산을 단 한 번의 토요일로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것들은 중대한 현안들이며 양국 모두의 강력한 의지를 필요로 한다. 미국은 그런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끝으로 “미국은 이러한 논의의 장소와 기회를 제공해준 데 대해 스웨덴 외무부 주최 쪽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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