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8 17:53
수정 : 2019.10.0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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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이 백악관에서 미·일 양국 간 새로운 무역협정에 서명한 뒤 스기야마 신스케 주미 일본대사(맨 왼쪽)와 악수하고 있다. 새 협정은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이탈한 미국에 농산물 시장을 개방해 쇠고기, 돼지고기 등의 관세를 인하하고,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 및 관련 부품의 관세 철폐 문제 등을 계속 협의한다는 내용이 뼈대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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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조사에도 트럼프 지지도 40%대 초반 유지
①출발부터 개념이 다른 ‘아웃사이더’
②뭘 해도 안 놀라워…트럼프 기저효과
③공화당 완전 장악…당내 지지율 90%
④트위터로 주류 미디어 때리며 여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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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이 백악관에서 미·일 양국 간 새로운 무역협정에 서명한 뒤 스기야마 신스케 주미 일본대사(맨 왼쪽)와 악수하고 있다. 새 협정은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이탈한 미국에 농산물 시장을 개방해 쇠고기, 돼지고기 등의 관세를 인하하고,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 및 관련 부품의 관세 철폐 문제 등을 계속 협의한다는 내용이 뼈대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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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탄핵 조사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대 초반을 유지하며 큰 낙폭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압박하는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고 민주당이 백악관·국무부·국방부 등에 소환장을 날리며 옥죄는 상황에 견줘 탄탄하게 버티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의 이런 상황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 ‘상식’이 다른 대통령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부터 기존 ‘워싱턴 정치’와는 차별화된 ‘아웃사이더’로 파란을 일으키며 당선됐다. 상식으로 통하던 최소한의 정치 문법과 트럼프 스타일은 애초부터 다르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 관계자는 7일 <한겨레>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리처드 닉슨은 진퇴를 판단할 상식을 갖고 있었는데, 트럼프는 아예 그런 개념이 없다”고 말했다. ‘법·질서’ 이미지를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던 닉슨은 1974년 하원에서 탄핵안 가결이 확실해지자 스스로 사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정치적 이득을 위해 외국 정상에게 압력을 가한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해놓고도 “아무 문제 없는 통화”라며 민주당을 ‘쿠데타’ 세력으로 몰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로널드 레이건, 부시 부자,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10명에게 물어본 결과, “백악관이 외국에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도움을 구하거나 수용했던 적이 있는지 아무도 기억해내지 못했으며, 이들은 그런 아이디어는 한도를 넘은 것으로 간주됐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 트럼프 기저효과
<시엔비시>(CNBC)의 칼럼니스트 제이크 노백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찍고 지금도 지지하는 이들은 그가 심술궂고 규칙을 깨며, 정치 기득권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미국인 상당수의 ‘트럼프 평가 기준’은 도덕성이나 헌법 준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그의 노골적 음담패설 녹음이 공개됐을 때 미 주류 언론은 치명타가 될 것으로 봤으나 결과는 아니었다. 민주당의 탄핵 조사 선언 사흘 뒤인 지난달 27~28일 <에이비시>(ABC) 방송 조사에서 트럼프의 행동에 ‘놀랐다’는 응답은 16%인 반면, ‘놀라지 않았다’는 대답이 84%에 이르렀다. 미국인 다수가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심각하다고 여기면서도 압도적 ‘탄핵 찬성’으로 비등하지 않는 배경에는 이런 ‘트럼프 기저효과’가 깔린 셈이다.
■ 확실한 공화당 장악력
트럼프 탄핵이 성공하려면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 표결을 거쳐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에서 무려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트럼프 탄핵’을 주장하는 공화당 상원의원은 한명도 없다. 트럼프의 막강한 당 장악력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공화당원들의 트럼프 지지율이 90%에 이른다”며 상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을 낮게 봤다. 민주당의 탄핵 조사 선언 뒤 36시간 만에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에 1300만달러(약 155억원)의 후원금이 몰린 것도 공화당 내 트럼프의 위상을 말해준다.
■ ‘트위터’ 총질과 경제 선방
트럼프는 <시엔엔>(CNN), <뉴욕 타임스> 등 주류 매체의 비판에 맞서, 트위터를 통해 시간·장소·내용의 제약 없이 자기주장을 퍼뜨리고 비판자들을 “가짜뉴스” “사기꾼”으로 공격한다. 전임 대통령들에게선 볼 수 없던 강력한 무기다. 미국 경기가 호조를 보이는 점도 트럼프의 버팀목으로 꼽힌다. 닉슨과 클린턴이 각각 ‘하원 탄핵 표결 전 사임’과 ‘상원에서 탄핵안 부결’로 운명이 갈린 배경에는 당시의 경제 상황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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