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5 19:42
수정 : 2019.11.06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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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앤드루 양이 4일(현지시각) 저녁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있는 조지메이슨대 아트센터에서 연설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양은 자신의 상징과 같은 ‘MATH’(Make America Think Harder·‘미국을 더 열심히 생각하게’와 ‘수학’을 동시에 뜻함) 구호가 적힌 모자를 쓰고 성조기 문양의 목도리를 두르고 연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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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주 앤드루 양 ‘자유배당금’ 공약 반향
“자동화로 수혜기업 세금으로 기본소득”
기본소득 생경한 미국 사회에 ‘작은 틈’
청중 “인간 중심”“내 경험에 공감”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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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앤드루 양이 4일(현지시각) 저녁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있는 조지메이슨대 아트센터에서 연설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양은 자신의 상징과 같은 ‘MATH’(Make America Think Harder·‘미국을 더 열심히 생각하게’와 ‘수학’을 동시에 뜻함) 구호가 적힌 모자를 쓰고 성조기 문양의 목도리를 두르고 연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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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자유배당금을 받으면 그 돈은 어린이집에, 자동차 수리에, 학자금 대출에, 교재 구입에 곧장 간다. 이게 바로 우리를 수년간 힘들게 해온 낙수효과(트리클 다운)의 반대, ‘트리클 업’ 경제다. 여러분 각자 넷플릭스 계정을 가질 수 있게 돼, 8명이 한 사람 아이디를 돌려쓰지 않아도 된다.”
무대 위의 연사가 농담을 섞어 설명하자, 객석에서 “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게 내 비전이고 임무다. 우리는 이걸 곧 실현할 것”이라는 말에 “아이 러브 유!”라는 외침도 터져 나왔다.
4일(현지시각) 저녁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있는 조지메이슨대 아트센터.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자유배당금’이라는 이름의 ‘보편적 기본소득’ 공약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민주당 주자 앤드루 양(44)의 연설을 들으려, 이 대학 학생과 인근 주민이 2000석을 꽉 채웠다.
대만 출신 이민자 2세이자 변호사 출신 기업가인 양은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 미만으로, 민주당 주자 17명 가운데 두자릿수를 기록하는 조 바이든,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등 ‘빅3’와 격차가 아주 큰 6위 주자다. 하지만 그는 18살 이상 모든 미국인에게 월 1000달러(약 116만원)의 기본소득을 주자는, 현대 미국 사회에는 낯선 공약으로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재원은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 혜택으로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한테 세금을 걷어 마련하자는 게 그의 아이디어다. 이날 열정적 연설과 뜨거운 호응도 이 핵심 공약 하나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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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앤드루 양이 4일(현지시각) 저녁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있는 조지메이슨대 아트센터에서 연설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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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이긴 이유가 뭔지 아나. 그가 이긴 오하이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미주리, 위스콘신, 아이오와에서 400만명이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술 발전이 초래한 대량 실직을 트럼프가 파고들어 승리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럭 자율주행 연구가 98% 진행됐다고 한다. 이게 완성되면 350만 트럭 기사뿐 아니라 그들이 매일 이용하는 휴게소, 모텔, 식당에서 일하는 700만명은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존은 (자동화로) 연 200억달러(약 23조원)를 벌고 지난해 세금 납부액은 0”이라고도 했다.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를 줄여 이윤을 불리는 기업들이 기본소득 재원을 대고, 그 기본소득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 선순환을 이루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행사장을 메운 ‘양갱’(Yang Gang·양의 열성적 지지자를 일컫는 말)들은 양이 기본소득 화두를 통해 인간, 노동,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던지고, ‘삶과 일’에 대한 젊은이들의 고민을 대변한다며 열광했다.
양의 연설을 들으러 한시간 이상 운전해 왔다는 라일리 테이트(23)는 “월 1000달러 기본소득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가 ‘인간 중심의 자본주의’를 말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가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사람보다 기계, 이윤을 앞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졸업 뒤 빚진 채 일자리를 구하던 지난해 11월부터 양을 알게 됐다는 중국계 조이스 양(25)은 “내 경험에 공감하는 사람을 보고 있어 매우 용기를 얻는다. 기본소득이 있으면 내가 흥미를 갖는 훨씬 많은 것을 추구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민주당 지지자’만 양에게 관심을 보이는 게 아니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은퇴한 72살 딘’이라고 밝힌 백인 남성은 “양의 기본소득 공약은 연간 3조달러가 필요해 깊이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양은 기술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신선한 아이디어를 토론장에 내놨다. 내가 트럼프 참모라면 양의 얘기를 들어보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전 워싱턴에서 만난 다른 백인의 말처럼, “양이 미국 사회에 작은 틈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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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앤드루 양이 4일(현지시각) 버지니아주 조지메이슨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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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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