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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0 19:56 수정 : 2019.11.21 02:30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투데이 이병화

【에스퍼 국방 ‘주한미군 감축’ 시사】
미군 감축 질문에 “추측 않겠다”
모호한 답변으로 안보불안 자극
지난주 “현 수준 유지”서 말바꿔
협상 상황따라 카드로 사용 관측
전문가 “한미동맹 위기론 부추겨
한국의 여론지형 흔들려는 의도”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투데이 이병화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19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결렬될 경우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추측하지 않겠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한국의 분담금 대폭 증액을 거듭 요구하면서 보인 태도로, 한국의 안보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주한미군 감축 카드까지 살짝 들춰내 협상 지렛대로 삼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필리핀을 방문 중인 에스퍼 장관은 이날 마닐라에서 필리핀 국방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연말까지 방위비 분담금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음 결정은 무엇인가. 한반도에서 군대 감축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에스퍼 장관은 이에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관해 나는 우리가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것에 대해 예측하거나 추측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이어 “국무부가 (방위비)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이 논의들은 유능한 사람의 손에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한국의 파트너와 함께 긴밀히 협력하면서 한번에 한발짝씩 내딛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내가 며칠 전 공개적으로 말했듯이 한국은 부유한 나라다”라며 “그들은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이상에 대해서는 국무부가 세부적인 사항을 해결하도록 남겨두겠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18~19일 한국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 분담 3차 협상이 이견 속에 80분 만에 끝난 직후에 나왔다. 지난 15일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직후 나온 공동성명에는 “에스퍼 장관은 현 안보 상황을 반영하여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돼 있으나, 이날 그의 발언은 결이 다르다.

에스퍼 장관은 직접적으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방위비 협상 상황에 따라 주한미군 문제를 협상 카드로 꺼낼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이 최근 “보통의 미국인은 주한·주일미군을 보면서 몇몇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그들이 왜 거기에 필요한가”라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며 넌지시 압박한 것의 연장선에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에스퍼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미 동맹 위기론을 부추겨 한국의 여론지형을 흔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 고위당국자들의 잇단 주한미군 관련 발언들은 한-미 동맹을 동북아 안보의 ‘린치핀’(핵심축)이라고 추어올렸던 그간의 태도와 모순될 뿐 아니라, 한-미 동맹을 되레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조 연구위원은 “미국 안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을 훼손하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며 “주한미군을 건드리면 미국 내부에서부터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당국자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한때 국방부에서 진행하다 외교부로 넘긴 것은 공동의 위협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할 군인들이 돈 문제로 티격태격하지 말자는 취지였다”며 “국방 당국 사이에선 이런 동맹정신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유강문 선임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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