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5 19:17
수정 : 2019.11.26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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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홍콩 우산혁명을 이끈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자, 홍콩 시민사회의 이론가인 베니 타이 홍콩대 법대 교수가 25일(현지시각) <한겨레>와 홍콩 구의원 선거 결과의 의미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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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홍콩 시민사회 이론가 베니 타이 교수
정부는 시위대 요구 수용 않겠지만
범민주진영 압승으로 견제력 생겨
중, 맘대로 행정장관 선출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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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홍콩 우산혁명을 이끈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자, 홍콩 시민사회의 이론가인 베니 타이 홍콩대 법대 교수가 25일(현지시각) <한겨레>와 홍콩 구의원 선거 결과의 의미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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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처럼 불어닥친 민심이 새 역사를 만들어냈다. 24일 치러진 홍콩 지방선거(구의회) 결과는 6개월 가까이 이어져온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가 홍콩 사회의 민주주의를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점을 실증했다. 홍콩 시민사회의 이론가인 베니 타이 홍콩대 법대 교수는 25일 “선거 전에 최대치로 투표율 60%에 300석 정도를 내다봤다.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소릴 듣는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타이 교수는 2014년 79일간 홍콩 도심을 점거했던 우산혁명을 이끈 주역 가운데 한명이다. 당시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 4월 징역 16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8월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는 <한겨레>에 “우산혁명 이전까지만 해도 홍콩 사회는 절반의 민주주의를 구가했다. 하지만 이후엔 절반의 권위주의 체제로 바뀌었다가, 반송중 시위 국면에선 아예 경찰이 사회를 통제하는 총체적 권위주의 체제가 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타이 교수는 2017년 초부터 이번 선거 대비를 위한 이른바 ‘프로젝트 스톰’을 주창해왔다.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2020년 입법회 선거와 2022년 행정장관 선거 준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지방선거에 최대한 많은 범민주 후보를 ‘폭풍’처럼 출마시켜야 한다는 게 뼈대다.
폭풍은 민심이 만들어냈다. ‘반송중 시위’를 통해 452개 모든 선거구에서 친중파 후보와 경선이 이뤄졌다. 타이 교수는 “이번 선거는 사실상 국민투표였다. 정치적 요구를 분명히 내건 범민주 진영에 표를 몰아줬다. 시위대의 요구 조건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분명히 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 결과에도 캐리 람 행정장관이 시위대의 요구를 쉽게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위대는 승리감을 맛봤기 때문에 이를 투쟁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우리가 계속 싸워나갈 수 있다는 점을 정부도, 중국도 알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압승으로 범민주 진영은 2022년 행정장관을 선출할 선거인단(1200명) 가운데 구의회에 배정된 117명을 확보하게 됐다. 최대 정치적 성과다. 타이 교수는 “이를 통해 적어도 중국이 행정장관 선출 과정을 맘대로 하는 걸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범민주 진영이 18개 구의회 가운데 17개를 장악한 것도 중요하다. 타이 교수는 “구의회는 법적으로 자문기구에 불과하지만, 풀뿌리 공동체에 민주주의적 가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며 “홍콩 전역에 범민주 진영의 목소리가 퍼져나가면 대정부 협상력도 높아질 것이고, 장기적으로 홍콩을 더욱 변화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정인환 특파원, 박윤경 기자
inhwa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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