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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6 15:03 수정 : 2019.11.27 17:51

2017년 3월 미국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 백악관 누리집 동영상 갈무리

공동여론조사, 양국민 시각 차이 커
“양국관계 좋다” 미국 75%-독일 34%
“주독미군 중요성” 미 85%-독 52%
미 대통령 신뢰는 10년새 93%→10%

전문가 “트럼프는 독일에 실존적 위협”
12월 NATO 회담서 긴장관계 정점 예상
“사임” 메르켈-“재출마” 트럼프 만남 주목

2017년 3월 미국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 백악관 누리집 동영상 갈무리

미국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유럽의 전통적 동맹관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미군의 최대 해외 주둔국이자 서방의 안보동맹 핵심인 독일과의 관계에 대해 양국 국민이 느끼는 온도차가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와 독일 쾨르버 재단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75%가 독일과의 관계가 “좋다”고 응답한 반면, 독일에선 응답자의 34%만 미국과의 관계가 “좋다”고 밝혀 매우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고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26일 보도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출범 70주년을 맞아 다음달 3∼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발표됐다.

양국 관계가 “나쁘다”는 응답은 미국이 17%에 머물렀으나, 독일에선 3명 중 2명(65%)이나 됐다. 독일인의 부정적 평가는 지난해 73%로 최악이었으나 올해는 그나마 조금 나아진 수치다. 미국에선 최근 3년새 ‘양국 관계가 좋다’는 응답이 68%→70%→75%로 꾸준히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독일에서 “좋다”는 응답은 42%→24%→34%로 낮아져 냉냉한 분위기를 보였다.

현재 양국 관계의 평가뿐 아니라 향후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안보동맹에 대한 믿음에도 간극이 컸다. ‘양국간 협력 증대’의 중요성에 대해 미국인 69%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독일 응답자는 50%만 긍정적 답변을 했다. 미군의 독일 주둔이 “자국의 국가안보에 중요한가”에 대해서도 미국인 85%가 “그렇다”고 했으나, 독일에선 응답자의 52%만 “그렇다”고 답했다. 현재 독일에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약 3만8600여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미군의 해외 주둔군 규모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독일 동맹 관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양국민은 전혀 다른 시각을 보였다. 미국인은 양국 관계가 “좋다”는 응답이 최근 3년 새 점증해 75%에 이른 반면(왼쪽), 독일에선 3명 중 2명이 양국 관계가 “나쁘다”고 응답(오른쪽)했다. 출처 퓨리서치센터

미국 대통령에 대한 독일인의 신뢰도 최근 10년새 최고에서 최저로 곤두박질쳤다. 꼭 10년 전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첫해에 독일인의 미국 대통령 신뢰도는 93%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퓨리서치센터의 같은 조사에선 10% 수준으로 급락했다.

독일 싱크탱크인 ‘저먼 마셜 펀드’의 수다 데이비드윌프 선임연구원은 양국관계에 대한 독일인의 비관적 시각이 독일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군비 증대 압력 및 관세 인상 위협에서 비롯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에 실존적 위협”이라고 혹평했다. 독일은 앞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에도 의견이 달랐으며, 2013년에는 미국 정보기관이 독일 총리의 전화 통화를 10년 넘게 도청해온 사실이 언론에 폭로되기도 했다.

데이비드윌프 연구원은 또 독일과 미국 국민의 ‘정보 격차’도 동맹 관계에 대한 양쪽의 시각 차이에 한몫한다고 봤다. 그는 “독일은 유럽 중앙에 있으며 독일인은 시사 현안들에 잘 알고 있다. 반면, 미국인은 자신들이 세계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다음 달 나토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만날 때 양국의 긴장 관계가 정점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을 겨냥한 재선 운동을 시작한 반면, 메르켈 총리는 12월 집권 기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고 총리직도 자신의 네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1년 9월까지만 수행한 뒤 다음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했다. 사실상 정계 일선에서 물러나는 메르켈 총리가 재선을 탐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설적 고언을 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대목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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