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29 20:08
수정 : 2020.01.02 13:50
[주목 끄는 미-중 항모 대결]
최근 신형 산둥-케네디 각각 띄워
중 ‘디젤’ 산둥함 첫 자체 제작 실전용
스키점프식 활주로 사용 등 한계
미, 핵추진에 전투기 사출방식 첨단
주력함들 낡아 대체비용 마련 고심
“중, 민간-군수산업 순환 장기적 유리”
미국과 중국이 최근 열흘 사이에 각각 신형 항공모함 명명식과 취역식을 하면서 미-중 간 ‘항모 대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 첫 국산 항모인 산둥함은 옛 청나라 북양함대 창립일인 지난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하이난 싼야의 군항에서 취역식을 하고 중국 해군에 인도됐다. 앞서 진주만 공습일인 7일, 미 해군은 최신형 차세대 포드급 항모 ‘존 에프 케네디’함의 명명식을 치렀다. 중국의 ‘항모 굴기’는 미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중국의 추격과 잠재력도 만만찮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산둥함 대 케네디함
2012년 취역한 중국 보유 첫 항모 ‘랴오닝함’은 미완성 옛소련 항모를 사들여 개조한 것이다. 산둥함은 이 경험을 살려 중국 기술로 완성한 첫 ‘메이드 인 차이나’ 항모다. 산둥함은 랴오닝함에 비해 전투능력과 구조, 적재량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랴오닝함이나 산둥함은 모두 재래식 디젤엔진을 추진기관으로 쓰고 있다. 연료 탑재가 공간을 많이 차지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무기 탑재 공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의 원자력 추진 항모보다 작전 거리도 훨씬 짧다.
이에 비해 미국은 니미츠급 항모 10척과 최신형 제럴드 포드급 1척 등 모두 11척의 항모를 보유하고 있는데, 배수량 10만t급 안팎의 대형 핵추진 항모다. 마무리 작업을 거쳐 2022년께 미 해군에 인도될 예정인 케네디함은 미국의 두번째 차세대 ‘제럴드 포드급’ 항모로, 한번 핵연료를 교환하면 니미츠급의 두배인 25년 동안 운항할 수 있다. 내장된 두대의 원자로에서 니미츠급 항모의 3배에 이르는 600㎿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는 버지니아주 햄프턴시 모든 가구의 전력사용량과 맞먹는다고 미 안보 전문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전했다.
전투기 이륙 방식도 아직은 수준 차이가 크다. 산둥함은 앞부분이 들려 있는 스키점프식 활주로를 쓴다. 스키점프 활주로를 이륙하면서 양력을 받아 전투기가 추락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케네디함은 니미츠급의 증기식 사출기보다도 더 진화한 전자기식 사출기를 쓴다. 사출기는 증기나 전자기의 힘으로 몇초 안에 시속 250㎞ 이상으로 가속해준다. 사출기가 있으면 시간당 출격 횟수도 두배 이상 늘릴 수 있는데, 케네디함은 산둥함에 견줘 전투기를 두배나 실을 수 있으니 출격 가능 전투기 수는 4배에 이르는 셈이다. 항모 전투력이 함재기를 얼마나 많이 효율적으로 띄우고 내리느냐에 달려 있는 점을 고려하면, 두 항모의 전투력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산둥함이 길이 315m에 만재배수량(배에 물건을 가득 채웠을 때 배 전체 무게 때문에 밀려나는 물의 양)이 약 7만t급인 구형 중형 항모라면, 케네디함은 길이 337m에 만재배수량 10만t을 웃돈다. 갑판 크기와 만재배수량 차이는 적재 화물량의 차이를 의미한다. 산둥함은 중국이 러시아의 수호이(SU)-33을 복제해 개발한 중국산 함재기 젠(J)-15를 36대 실을 수 있다. 젠-15의 수를 줄이고 대잠수함 능력을 갖춘 최신예 Z-18 헬기 등을 실으면 44대까지 적재가 가능하다.
이에 비해 케네디함은 90대의 함재기를 실을 수 있다. 주요 전력은 스텔스 기능까지 갖춘 최신 전투기 F-35C다. 4.5세대 다목적 함상 전투기인 F/A-18 E/F 슈퍼 호닛 25대, 공중조기경보기 6대, C-2 D수송기 2대, MQ-25 스팅레이 무인 공중 급유기 등도 운용한다. 움직이는 첨단 공군기지인 셈이다.
■
중국의 항모 굴기 속내와 미국의 고민
전문가들은 산둥함이 아직 미약하지만 더 큰 중국 함대를 건설하기 위한 계획의 디딤돌로 본다. 첫 항모인 랴오닝함이 시험제작이었다면 산둥함은 실전용이며, 세번째나 네번째 항모부터는 전자식 사출기를 도입하거나 핵 추진 항모로 건설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해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류화칭 제독은 1단계는 오키나와~대만~필리핀~보르네오를 잇는 중국의 앞마당, 2단계는 일본~마리아나제도~괌~사이판~캐롤라인제도를 연결하는 원해, 3단계는 태평양과 인도양을 포함한 전세계로 작전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진이난 전 중국 국방대학 전략연구소장은 최근 <중국중앙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인이 말하는 ‘항행의 자유’는 그들의 자유일 뿐 우리는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아덴만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며 미국에 대한 도전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막강해 보이는 미 해군도 고민은 있다. 주력인 니미츠급 핵 항모는 상당수가 1970~1980년대에 제작돼 노후화되면서 정비 기간이 늘고 있다. 이를 점차 포드급 차세대 항모로 대체한다는 계획이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첫 3세대 항모인 제럴드 포드함에는 130억달러의 제작비가 들었다. 게다가 퇴역하는 니미츠급 항모의 해체 비용만 1척당 7억5천만~9억달러에 이른다. 핵연료 교체 시 대규모 창정비 기간만 3년6개월, 비용은 26억달러에 이른다. 포드급 항모의 전자식 사출장치 등 신기술의 실효성을 두고도 시운전 과정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 등은 전했다.
군수조선업에만 특화된 미국보다 민간과 군수산업이 선순환하고 있는 중국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구의 일부 전문가는 중국이 최근 중국선박중공(CSIC)과 중국선박공업(CSSC)을 통합해 세계 최대 조선사를 만든 이유 중의 하나가 항모 건조 등 해상전력 강화에 있다고 본다. 미-중 항모 대결의 승부는 건조 능력 등에서 갈린다는 뜻이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