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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5 17:47 수정 : 2020.01.08 11:1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전날 있었던 이란 군부 실세 카셈 솔레이마니에 대한 미군의 공습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미, 이라크전 악몽 여전…이란과 전쟁 비현실적
미-이란 전쟁 관건은 이란의 추가 행동에 달려
이란, 중동 대리세력들 통한 공격으로 맞설 듯
미-이란 전쟁 촉발할 계산착오는 상존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전날 있었던 이란 군부 실세 카셈 솔레이마니에 대한 미군의 공습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살해함으로써, 중동에서 미-이란의 전운이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과연 전쟁을 할 수가 있을까?

양국의 객관적 조건과 의지를 감안하면 현재로선 중동에서 전면전 가능성은 현실적이지는 않다. 미국은 전비로 2조달러 이상을 쏟아붓고도 반미와 이란 영향력 증가만을 부른 이라크 전쟁의 악몽이 현재 진행형이다. 중동에서 전쟁 종식을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는 취임 이후 이란과의 대결을 제외하면, 중동에서 꾸준하게 미 군사력의 철수를 진전시켜왔다. 이 때문에 미국은 시리아내전과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도 직접 파병을 하지 못했다. 중동에서 전쟁에 진저리를 치는 미국내 여론 때문에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면전을 능동적으로 선택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여진다.

실제 솔레이마니 제거 직후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전쟁을 시작하려는 게 아니라 멈추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 등 관련 부처들도 미국인의 추가적인 인명 손실을 막기 위한 “방어적 조처”라고 해명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3일 “우리는 이란과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그들의 결정이 긴장 완화, 정상국가와 일치하는 행동을 취하는 것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결국 전쟁 발발 가능성은 미국에 일격을 당한 이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사를 삼가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3일(현지시각) 긴급 성명을 내고 “순교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이 미국을 상대로 행동에 나설 것은 분명하나, 전쟁 촉발 수준까지 나아갈지는 의문이 있다. 이번 사태의 뿌리는 트럼프가 2018년 5월 이란과의 핵협정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데 있다. 그 이후 미국은 이란에 대해 경제제재 강화 등 ‘최대한의 압박’ 정책을 구사했다. 이에 맞서 이란은 명분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핵협정 준수를 유지하는 등 ‘전략적 인내’가 포함된 ‘최대한의 저항’으로 맞서왔다. 이란은 결코 성급하게 보복으로 치닫지않고, 효과적인 접근을 신중하고 인내심있게 선택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실제 이란이 ‘행동’에 나선 것은 미국의 이란핵합의 탈퇴 1년이 지나서야였다. 첫 단계가 지난 5~6월, 호르무즈 해협 등지에서 유조선들에 대한 기뢰 공격과 나포였다. 둘째 단계가 미국의 드론 격추였다. 세번째가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석유시설인 아브카이크 정유공장에 대한 공격이다. 미국으로서는 가장 뼈아픈 일격이었으나, 별다른 대응을 하지못했다.

이란의 이런 단계적인 긴장 고조 전략과 치밀하고 신중한 대응과정을 살펴보면, 그 보복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공격보다는 주변의 친이란 세력을 활용해 점증적으로 수위를 높여갈 공산이 크다. 먼저, 이라크 내에서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들로부터의 공격이 가장 앞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 기지에 대한 미국의 공격으로 시작됐고,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 때 이 단체 사령관도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들은 이란의 영향을 받기는 하나, 독자적인 결정권도 있기도 하다. 시아파 민병대들은 이라크 전쟁 때 약 600명의 미군을 사망시킨 전과가 있기도 하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등 중동 전역에 있는 친이란 무장정파들이 나서는 것도 한 선택지다. 또,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지역의 친미 수니파 보수왕정 국가들의 석유시설에 대한 타격도 가능하다. 미국 등은 지난 9월 사우디의 아브카이크 시설에 대한 공격은 이란 소행이라고 주장하나, 뚜렷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이란과 그 대리세력들의 공격력이 정교하다는 의미이다.

무엇보다도 이란은 핵위협을 고조시킬 것이다. 이란은 미국이 이란핵합의에서 탈퇴한지 1년이 지난 지난 5월부터 60일 단위로 이 협정을 무력화시키는 단계적 조처를 취해왔다. 이번 주가 또다른 60일이 끝나는 시점이다. 적어도 이란은 우라늄 농축순도를 19.7%로 올리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나 사찰관 축출도 남겨진 카드들이다.

미국과 이란은 전쟁도 평화도 아닌 소모전을 벌여왔다. 미국은 이란의 경제와 민생을 조이고, 이란은 중동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은 이란의 경제와 민생을 조이고, 이란은 중동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해왔다. 문제는 양쪽이 추가 행동을 주고받을 경우에 물러설 명분과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전면전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전면전을 촉발시킬 계산착오는 상존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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