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2 15:24
수정 : 2020.01.13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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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오른쪽 둘째)이 11일 치러진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재선에 성공한 뒤, 타이베이 민진당 중앙당사 앞에 마련된 무대에서 당선 축하 행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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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대만 선거, 차이 총통 사상 첫 800만표 돌파
지방선거 참패 위기속 ‘중국변수’와 홍콩 시위가 반전 계기
“대만주권, 민주주의 지킨다” 강조…‘중국요인’ 최대쟁점 부각
차이 총통, “대만은 동등한 국제사회 일원”…독자외교 강화
미, “같은 민주공동체 일원 환영”…중, “하나의 중국 원칙견지”
민진당, 입법원 단독과반…진보정당 3석으로 교섭단체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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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오른쪽 둘째)이 11일 치러진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재선에 성공한 뒤, 타이베이 민진당 중앙당사 앞에 마련된 무대에서 당선 축하 행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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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치러진 대만 제15대 총통 선거에서 차이잉원 총통이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집권 민진당이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2016년에 이어 무난히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해, 차이 총통은 집권 2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해갈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 집계를 보면, 차이 총통은 57.1%를 득표해 제1야당인 국민당의 한궈위 후보(38.6%)를 18.5%포인트 차로 여유있게 따돌렸다. 2016년 선거 때보다 8.6%포인트나 높아진 투표율(74.9%) 속에 차이 총통은 모두 817만여표를 얻어, 대만 총통 선거 사상 처음으로 총득표수 800만표 고지에 올라섰다.
차이 총통 재선은 ‘반전의 정치 드라마’로 평가된다. 2018년 11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민진당 주석직에서 물러난 그는 한때 “재선 도전이 불가능할 것”이란 평가까지 받아야 했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돌출하는 ‘중국 변수’와 지난해 6월 시작된 홍콩 시위 사태가 맞물리면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차이 총통은 “중국의 위협에 맞서 대만의 주권과 대만인의 자유·민주적 삶을 지키겠다”고 강조하며, ‘중국 요인’을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차이 총통은 미국 방문과 미국산 무기 도입 등으로 대미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세금 감면과 국방예산 증액에도 예산균형을 맞추는 등 국내 정책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차이 총통은 지난해 5월 일부 반대여론에도 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성결혼 합법화 입법을 밀어붙이면서 정치적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2018년 지방선거 무렵 20.9%까지 추락했던 차이 총통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선거를 앞둔 지난달 취임 직후(50.2%)보다 높은 51.4%까지 오르면서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반면 한궈위 후보는 지방선거에서 일으킨 돌풍에 기댄 느닷없는 출마 결정과 ‘친중=경제’라는 안일한 현실 인식으로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당은 한 후보가 현직 시장으로 있는 가오슝에서 총통은 물론 입법위원 선거까지 민진당에 전패했다.
압도적 표차로 집권을 4년 연장한 차이 총통은 당선 일성으로 중국을 겨냥해 단호한 메시지를 내놓으며, 독자 외교 노선을 더욱 강화할 것임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는 주권과 민주주의가 위협당할 때 대만인들이 더욱 크고 분명한 목소리를 낸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대만은 공정하고 동등한 국제사회의 일원이며, 평화·공평·민주주의·대화만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양안(대만-중국) 관계 발전의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차이 총통 재선을 적극 환영하고 나섰지만, 중국은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축하 성명을 내어 “미국과 대만은 단순한 동반자가 아닌, 같은 민주적 공동체의 일원”이라며 “끊임없는 압박 속에서도 양안 관계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차이 총통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반면 마샤오광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통해 “우리는 ‘평화통일’과 ‘일국양제’란 기본 방침과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견지하며, 국가의 주권과 영토를 단호하게 지킬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대만 독립’이란 분열주의적 음모와 행동에 단호히 반대하며 대만 동포의 이익과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태도로 해석된다.
한편, 민진당은 입법위원 선거에서 지역구 48석을 포함해 모두 61석을 얻어, 입법원(113석) 단독 과반 의석을 무난히 확보했다. 민진당이 지지한 무소속 후보 4명도 당선됐다. 국민당은 지역구 25석과 비례대표 13석 등 2016년에 견줘 3석이 늘어난 38석을 얻었다. 차기를 노리는 커원저 타이베이 시장이 이끈 대만민중당은 지역구 전패 속에 정당투표로만 5석을 얻어 원내 3당에 올랐다. 진보정당인 ‘시대역량’도 정당투표로 3석을 확보해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갖췄다.
타이베이/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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