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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3 19:14 수정 : 2005.01.13 19:14

“내부고발 불구 한달넘게 조사안해”

아베 신조 일본 자민당 간사장 대리 등 우파 유력 정치인들이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 고위 간부들에게 압력을 가해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특집프로그램의 내용을 바꾼 사실을 내부고발한 이 방송사 간부가 13일 공개 증언에 나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내부고발자가 자신을 드러내면서까지 사회부정을 고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에선 더더욱 드문 일이다.

2001년 당시 여성국제전범법정을 소재로 한 문제의 프로그램 제작을 현장에서 지휘한 나가이 사토루(42·사진) 제작국 교육프로그램센터 수석 프로듀서는 이날 오전 도쿄 시내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여 “외압으로 프로그램 내용이 바뀐 것은 에비사와 가쓰지 회장도 양해한 것”이라며 “제작현장에 정치개입을 허용한 회장을 비롯한 임원·간부들의 책임은 막중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사의 내부고발제도에 따라 지난달 9일 이 사실을 고발했지만 한달 이상이 지나도록 기본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가이 프로듀서는 “나도 월급쟁이로, 가족을 거리에서 방황하도록 할 수는 없었다”며 “고발을 할 것인지를 놓고 4년 동안 고민했다”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그렇지만 역시 진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고 결단하기에 이르렀다”며 울먹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이 삭제된 데 대해 “피해자의 목소리만은 어떻게 해서라도 지키고 싶었지만 마지막까지 싸우지 못했던 점을 반성하고 있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프로그램 변경 사실이 공개된 뒤 ‘전쟁과 여성의 폭력 일본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내어 “국회의원과 공공방송이 시민을 속이고 헌법이 보장한 표현·보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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