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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0 07:50 수정 : 2019.07.10 22:30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교도 연합뉴스

[뉴스분석]
참의원 선거 앞 지지층 결집 효과
“중의원도 장악해 개헌 추진” 분석
선거 이후까지 ‘한국 때리기’ 가능성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가 한-일 관계를 격랑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오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를 계기로 돌파구가 열릴지 아니면 장기화 국면으로 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일본의 수출 규제 ‘의도’와 직결된 것으로, 아베 정부가 참의원 선거 이후인 다음달 첨단재료 등의 수출과 관련해 특정 국가에 대한 외국환관리법상의 우대제도인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삭제할지가 장기화 여부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 일본의 의도는 아베 총리가 ‘한국 때리기’를 통해 보수층을 결집해 참의원 선거에서 이른바 ‘개헌파’가 3분의 2를 유지하는 등 대승을 거두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실제 아베 정부는 대법원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경매로 매각되는 연말쯤의 시점에 “대항 조처”(보복 조처)에 나설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을 깨고 지난 4일 수출 규제 조처를 꺼냈다. 일본 참의원 선거 고시 날이었다. 이 때문에 아베 정부가 참의원 선거에 맞춰 대한국 수출 규제 조처를 꺼냈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수출 규제 문제에 대해 당 대표 토론이나 텔레비전 보도 프로그램에서 질문이 나와야 언급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자신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형식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 때리기’를 선거 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경제계 등의 ‘역풍’을 의식한 탓도 있지만,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가 ‘참의원 선거 이후’까지 내다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영채 게이센여대 교수는 9일 <한겨레>에 “이번 조처가 보수표 결집에 큰 효과가 있는 게 사실이다. 아베 정부는 이번 선거만이 목표가 아니고 중의원 선거까지 추가로 이겨 (그 동력으로)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군대 보유 및 전쟁 금지를 규정해 흔히 ‘평화 헌법’이라 불리는 현행 일본 헌법 개정을 자신의 필생의 과업이라고 밝혀왔다.

물론 현재도 아베 총리의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 등 이른바 개헌파가 중의원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어 참의원에서 3분의 2를 확보하면 개헌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이 여전히 평화 헌법의 핵심인 9조 개정에 부정적인 점을 고려하면 중의원 재선거를 통해 분위기를 최대한 끌어올려 개헌의 정당성을 설파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하원에 해당하는 일본 중의원 의원 임기는 2021년 가을 끝날 예정이지만, 일본 총리는 자신에게 유리한 시기에 중의원을 해산할 수 있어 임기 만료까지 기다리는 경우는 별로 없다.

평화 헌법 개정 반대 운동을 34년간 해온 다카다 겐 ‘허용하지마 헌법개악 시민연락회' 사무국장은 “아베 총리가 선거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을 운동하는 사람들은 모두 걱정하고 있다. 일본 사회의 배외주의 분위기도 있고, 또 이런 조처를 지지하는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선거 전략’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일 관계의 ‘새판 짜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럴 경우에도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철회하지 않고, 한국의 상당한 양보가 있을 때까지 사태를 장기적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는 “선거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완전히 선거 전략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니시노 교수는 “대법원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 방침에 변경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나온 문제”라며 “선거가 겹친 것이다. 이 문제는 이미 장기화되어 있고, 장기화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도쿄의 외교 소식통도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불만이 쌓인 측면이 있다. 선거가 영향을 미쳤겠지만 완전히 선거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대법원 판결은 존중받아야 하며 정부가 사법부 판단에 개입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 자체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맞서고 있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양쪽의 근본적인 생각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간극을 메우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일본이 요구한 제3국 의뢰를 통한 중재위 설치에 대한 청구권 협정상 답변 시한인 오는 18일 이후에 또 다른 카드를 꺼내놓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대항 조처’라고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이미 열어뒀다. 아소 다로 부총리는 지난 3월 일본 기업의 자산이 매각될 경우에 대응한 보복 조치로 “한국 상품 관세 인상과 송금 및 비자 발급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아베 정부가 참의원 선거 이후인 다음달 1일, 우리나라를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할지가 일본의 의도와 장기화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첫번째 관문이 될 수 있다.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이 제외되면 일본은 이론적으로 식품과 목재 정도를 제외한 모든 품목에 대해 규제를 취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재계의 움직임이 아베의 독주를 제어하는 일정한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도 있어 보인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경단련)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갈등 상황에서도 한국 경제계와의 교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영채 교수는 “한·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문제가 커지면 아베 총리가 출구를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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