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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0 19:21 수정 : 2019.07.10 20:26

독가스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옴진리교 집회.

WTO 협정 위반 지적 회피할 수 있고
‘옴진리교 트라우마’ 자극해 여론에 유리

독가스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옴진리교 집회.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 이유로, 일부 물품이 독가스인 사린 가스로 전용될 우려가 있어서라는 논리까지 들고나왔다. 일본 내에서도 수출 규제가 자유무역 정신에 반하는 조처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일본의 여론을 관리하기 위해 자국인들의 ‘사린 독가스 포비아(공포증)’와 반북한 여론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9일 저녁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한국 대상 수출 규제를 가한) 원재료는 화학무기인 사린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일부 한국 기업이 발주처인 일본 기업에 서둘러 납품을 독촉하는 일이 상시화됐다”며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군사 전용 가능한 물자가 한국에서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는 다른 나라에 넘어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염려가 있다고 보고 이번 조처에 들어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론적으로는 일본이 지난 4일 수출 규제를 취한 품목 중 하나로 반도체 제조 등에 쓰이는 불화수소가 사린 가스의 합성 원료로도 쓰일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이중용도 물자는 이런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데도 일본 정부가 ‘사린 가스’라고 용도를 특정한 것은, 일본 내 여론을 겨냥한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한국 상대 수출 규제의 명분이 약하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불화수소의 위험성을 부각해 비판을 희석하려 시도한다는 것이다. 사린 가스는 1990년대 일본 내의 종교단체인 옴진리교가 대량으로 살포해 다수의 인명을 살상한 독가스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일본 사회에서 사린 가스는 극도의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물질이다.

또한 ‘이중용도 물자가 한국에서 다른 나라로 넘어갈 위험’을 언급함으로써 불화수소가 북한으로 건너갈 수도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한국은 ‘(대북) 제재를 지키고 있다’ ‘(북한에 대해) 제대로 무역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징용공(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명확하게 됐다. 무역 관리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북한 문제와 이번 규제를 연결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이는 북한 문제에서는 사실상 반론이나 비판이 어려운 일본 정서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 일본 언론들도 수출 규제 조처 초기엔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대항 조처라며 비판했지만 점차 안보상 필요를 강조하는 일본 정부의 발표를 따라가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이영채 게이센여대 교수는 “(수출 규제 정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으니까 (아베 정부가) 안보 논리로 가는 것 같다. 또 북한 위협론까지 들고나오면 (일본 내) 자유주의 세력도 크게 반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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