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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5 08:41 수정 : 2019.08.05 13:43

1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미술관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이후’ 기획전시장에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되어 있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이후’는 아이치현 일대에서 열리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전시작품 중 일부다. 나고야/조기원 특파원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주최 측이 외부 압력에 굴복해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기획전(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을 돌연 중단한 것을 계기로 일본에서 문화·예술의 독립성이 침해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행사 주최 측은 지난 4일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 마련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장 입구에 가설 벽을 세워 관람객들의 출입을 막았다.

위안부를 표현한 '평화의 소녀상' 작품을 전시하는 것에 대해 일본 내 우익 진영의 테러 예고와 협박성 항의가 잇따른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 정부가 전시를 중단토록 압박한 것도 배경이 됐다.

이 기획전에 참가한 조형 작가 나카가키 가쓰히사(中垣克久·75) 씨는 5일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나카가키 씨는 이번에 '헌법 9조 지키기'와 '야스쿠니신사 참배의 어리석음' 등을 표현한 작품을 내놓았다.

이들 작품은 2014년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도쿄도미술관에서 철거됐다가 이번 기획전에 선보였다.

그는 테러 위협 등을 이유로 기획전이 중단된 것에 대해 "폭력으로부터 시민을 지키기 위해 경찰이 있는 것"이라며 경비를 강화하는 절차를 건너뛰고 전시 중단을 결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5년 전에도 죽이겠다는 얘기를 들었고, 협박 전화가 미술관과 자택에 잇따라 걸려 왔다"며 "(이번 전시 중단으로) 협박이나 폭력을 긍정하는 일이 돼 버렸다. 소란을 피우면 전시회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사 주최 측이 이렇게 쉽게 꺾인 사례는 내가 알고 있는 한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카가키 작가는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선 "순수예술은 아니지만 표현의 자유를 생각하는 전시회에 출품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작품을 보는 사람이 자유롭게 평가하고 반박하게 하는 것이 좋다"며 "(일본에서) 그런 자유가 없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만 잘 알고 지내는 화랑업자로부터 "(한일관계가 악화한) 이런 시기에 위안부상을 전시하는 것은 (일본사회) 통념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긴 했다"고 덧붙였다.

나카가키 작가는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이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는 이유로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을 요구한 것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이번 전시행사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를 거론하면서 전시 중단을 압박한 것은 "허용할 수 없는 발언으로, 문화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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