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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6 11:57 수정 : 2019.08.06 20:52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전시 기획 ‘표현의 부자유전-그 이후’ 에 전시됐던 ‘평화의 소녀상’. <한겨레> 자료 사진

아사히 사설 “기획 중지 부른 사회의 병리”
마이니치도 “용서할 수 없는 폭력적 협박”
일본 역사학자 “‘천황기관설’ 사건과 구조 닮아”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전시 기획 ‘표현의 부자유전-그 이후’ 에 전시됐던 ‘평화의 소녀상’. <한겨레> 자료 사진

일본 최대 규모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평화의 소녀상’(소녀상)을 포함한 ‘표현의 부자유전-그 이후’ 기획 전시가 사흘 만에 중지된 사태에 대해 일본 주요 언론들도 비판하고 나섰다.

<아사히신문>은 6일치 신문에 실린 ‘아이치 기획전 중지 부른 사회의 병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사람들이 의견을 부딪치면서 사회를 보다 좋게 만들게 하는 행위를 근저에서 떠받치는 ‘표현의 자유’가 크게 상처를 입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신문은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시 시장이 소녀상 전시를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며 전시 중지를 요청하는 등 공권력이 압력을 가했다는 점을 강력히 비판했다. 신문은 “(나고야시) 시장은 자기 생각에 근거해 작품의 옳고 그름을 판단해 압력을 가했다. 이는 권력 남용임이 틀림없다”며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도저히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일련의 사태는 사회가 부자유해져 답답한 일본의 상태를 가시적으로 분명히 보여줬다”고도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용서할 수 없는 폭력적 협박’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자신들과 의견이 다른 언론이나 표현을 테러나 다름없는 폭력으로 배제하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지난 3일 전시 중지를 발표하면서 “휘발유 통을 들고 가겠다”며 협박 팩스를 현에 보낸 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문은 “협박을 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행사를 그만두게 만들 수 있다는 전례가 된다면, 남겨진 화근이 적지 않다”라고도 적었다.

일본 근현대사 연구가인 오기노 후지오 오타루상과대학 명예교수는 <도쿄신문>에 “이번 사건 경위를 (보면) 1935년 ‘천황기관설’ 사건과 닮았다”고 말했다. ‘천황기관설’ 사건은 일본의 헌법학자 미노베 다쓰키치가 일왕도 헌법상의 통치 기관일뿐이라고 주장했다가 탄압을 받은 사건이다. 당초 이 학설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으나 1930년대 일본에서 파시즘이 강해지면서 배격됐다. 미노베의 저서는 판매금지됐고, 대학에서 ‘천황기관설’ 강의도 금지됐다.

후지오 교수는 “‘천황 기관설 사건’의 발단은 민간 우익이었다. 처음에는 민간에서 공격하고 여기에 공권력이 부추긴 구조가 이번과 닮았다”고 꼬집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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