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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01 16:33 수정 : 2019.09.01 20:34

고이케 지사 3년 연속 추도문 송부 거부
시민 700여명 추도비에 헌화
“똑같은 잘못 계속해서는 안 돼”
우익들은 30m 앞에서 방해 집회

1일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96주기 추도제에서 시민들이 추모비 앞에 헌화 뒤 묵념하고 있다.
“일-한 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이 계속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1일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96주기 추도제. 무형문화재 보유자 김순자씨가 소복을 입고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당한 조선인 넋을 위로하는 춤을 추고 있을 때, 조선인 학살을 부정하는 일본 우익들이 마이크를 들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익들은 일본인 희생자를 추모한다는 명분으로 조선인 학살 부정론을 외치는 행사를 3년 전부터 조선인 희생자 추도제 행사장 3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열고 있다. 가쓰시카 구의회 의원인 스즈키 노부유키는 우익들 행사에서 “거짓 역사를 후세에 남길 수 없다.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영토'라고 적은 말뚝을 묶어놓는, 이른바 ‘말뚝 테러’를 했던 인물이다.

1973년부터 열리고 있는 요코아미초공원 조선인 희생자 추도제 앞에서 우익들이 방해 행사를 연 것은 3년 전부터였다. 2017년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모든 지진 희생자를 한꺼번에 추도한다며 역대 도쿄도지사들 대부분이 보내온 추도문을 올해까지 3년째 보내지 않았다. 고이케 지사는 조선인 학살에 대해서도 “여러 견해가 있다”는 말로 학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1일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96주기 추도제에서 무형문화재 보유자 김순자씨가 소복을 입고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당한 조선인 넋을 위로하는 춤을 추고 있다.
우익들이 최근 공격을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추도비에 적혀있는 “6000명에 이르는 조선인이 존엄한 생명을 빼앗겼다”는 문구다. 1923년 9월 1일 간토대지진 뒤 일본에서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같은 헛소문이 퍼지고, 자경단과 군이 조선인을 도쿄와 요코하마, 지바 등 간토 곳곳에서 학살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사건을 은폐하려 했고 진상 조사를 하지 않았다. 상하이 임시정부 기관지였던 <독립신문>이 발표한 6000명 이상 희생 추정은 몇 안 되는 추정치고, 요코아미초공원에 적힌 추도비도 이 추정치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익들은 이 추정치가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학살 전체를 부정하려는 것이다.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인 사회주의자들이 자경단에 학살당한 가메이도사건추도회 부실행위원장 에노모토 기쿠치는 이날 추도제에서 “일본 정부가 진상을 조사중이라지만 해왔다. 그리고 96년이 지났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주도한 시민단체인 일조협회 도쿄도연합회의 미야카와 야쓰히코 회장은 이날 추도제에서 “고이케 지사가 추도문 송부를 하지 않은 점을 강하게 항의한다. 추도문 송부를 요구하는 많은 사람의 목소리에 기울여 결정을 재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조협회는 올해 114개 단체 개인 557명 서명을 받아 고이케 지사에게 추도문 송부를 요구했으나, 고이케 지사는 끝내 화답하지 않았다. 미야카와 회장은 “(조선인 학살이라는) 똑같은 잘못을 반복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 행사를 몇 년이 지나도 계속 여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날 일본 시민 700여명이 줄을 서서 추모비에 헌화했다.

1일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96주기 추도제 행사장 앞에서 일본 우익들이 행사를 열고 있다. “6000명 학살은 날조” 같은 말이 펼침막에 적혀있다.

일본 정부는 ‘방재의 날’인 이날 도쿄를 진원지로 규모 7.3 ‘수도권 직하형’ 지진 발생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했다. 아베 총리와 각료들이 대거 훈련에 참여할 정도로 일본 정부는 방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조선인 학살 추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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