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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4 13:29 수정 : 2019.11.25 02:41

일본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나가사키에서 연설하고 있다. 나가사키/EPA 연합뉴스

피폭지 나가사키 방문해 헌화
“핵무기 없는 세상 가능해
무기 개량은 테러 행위”

저녁엔 히로시마 집회도 참석
“희생자 중에 언어 다른 사람도
꿈·희망, 한순간 섬광과 불꽃에 사라져”

일본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나가사키에서 연설하고 있다. 나가사키/EPA 연합뉴스
24일 오전 10시께 비가 내리는 일본 나가사키 폭심지 공원(원자폭탄이 투하됐던 지역에 조성된 공원)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모습을 나타냈다. 교황은 희생자를 위령하는 의미로 헌화를 한 뒤 잠시 고개를 숙였다. 교황의 연설을 위해 마련된 단상 조금 앞에는 나가사키시 원폭 투하의 참상을 전한 사진으로 유명한 ‘화장터에 선 소년’ 사진 패널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 사진은 미군 해병대 사진사가 원폭 투하 뒤 나가사키에서 촬영한 것이다. 사진사에 따르면 숨진 동생을 업고 화장 차례를 기다리는 소년의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주변에 보낸 연하장에 이 사진을 실은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폭심지 공원에서 내놓은 ‘핵무기에 대한 메시지’에서 분명하게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핵무기가 없는 세계가 가능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확신하자”고 말했다. “핵무기는 안보 위협에서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정치 지도자들이 마음에 새겨달라”고 촉구했다.

교황이 일본을 방문한 것은 1981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38년 만의 일이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끊임없이 호소해온 교황이 일본 방문을 원했으며, 피폭지 방문을 일본 방문의 핵심 일정으로 잡았다.

교황은 “나가사키는 핵무기가 환경과 인간에 얼마나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교황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핵무기에서 해방된 평화로운 세계를 열망해왔다. 이 소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이상의 실현을 향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핵무기의 개발·실험·생산·제조·비축·위협 등 모든 핵무기 관련 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한 유엔 핵무기금지조약의 비준도 촉구했다. “핵무기금지조약을 포함해 핵 군축과 핵 비확산에 관한 주요한 국제적 법 원칙에 따라 신속히 행동하라”고 호소했다.

일본은 세계 유일의 원폭 피해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핵우산 아래 놓여 있다는 점 때문에 ‘핵무기금지조약’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 한국도 불참하고 있다.

교황은 핵무기뿐 아니라 각종 무기 개발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렸다. “무기의 제조, 개량, 유지는 테러 행위”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저녁 또 다른 피폭지인 히로시마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모임’에 참석했다. 군수산업이 발달했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는 강제동원된 이들을 포함해 조선인이 다수 있었고, 피폭으로 숨진 조선인은 각각 1만명과 2만명으로 추정된다. 교황의 히로시마 연설에서도 희생자가 일본인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발언이 있었다. 희생자에 대해 “여러 장소에서 모여 각각의 이름이 따로 있고 그중에는 다른 언어를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곳에서 많은 사람이, 그들의 꿈과 희망이 한순간의 섬광과 불꽃에 의해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숨진 사람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지금도 들린다”고 말했다. 교황은 “전쟁을 위해 원자력을 사용한 것은 범죄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라고도 호소했다. 연설에 앞서 교황은 이날 모임의 피폭자 한명 한명과 이야기를 나눴고 얼굴을 쓰다듬기도 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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