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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7 18:01 수정 : 2020.01.08 02:03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 안의 카지노 전경. 슬롯머신, 테이블, 식당 등이 한데 들어서 있는 초대형 카지노 시설이다. 마리나베이샌즈 제공

‘카지노 스캔들’ 새해 일본 정가 강타중
파친코 시장 규모 200조원 이상

도박산업과 정치인 ‘깊은 관계’
이권 둘러싼 부정 개입 요소 많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 안의 카지노 전경. 슬롯머신, 테이블, 식당 등이 한데 들어서 있는 초대형 카지노 시설이다. 마리나베이샌즈 제공

‘카지노 스캔들’이 확대되면서 2020년 일본 정가를 강타하는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캔들 연루 의원들의 이름이 하루가 멀다 하고 추가되면서 일본 정치지형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새해 연휴가 끝나갈 무렵인 6일 보수 야당인 ‘일본유신회’ 소속 의원 시모지 미키오가 기자회견을 열어 카지노 사업 참여를 꾀했던 중국 기업 ‘500닷컴’(500.com) 쪽에서 100만엔(약 1075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시모지는 500닷컴의 일본인 고문한테 돈을 받았으며, “(일본인이 준) 개인 헌금이라고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치자금법상 외국인이나 외국법인한테 정치자금을 받으면 불법인데,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을 피해보려는 시도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500닷컴의 일본인 고문이 2017년 시모지 의원과 4명의 자민당 의원에게 100만엔씩 돌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25일 도쿄지검 특수부는 500닷컴 쪽에서 현금 300만엔(약 3190만원) 수뢰 혐의 등으로 아키모토 쓰카사(48) 자민당 중의원 의원을 체포한 것을 신호탄으로 정치권에 전방위적인 수사를 펼치고 있다.

카지노 스캔들이 현역 의원 6명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수준까지 확대된 배경에는 일본 도박 산업의 변화와 정치권의 끈끈한 밀착이 깔려 있다. 법적으로는 도박이 아니지만 사실상 도박에 가까운 거대한 파친코 산업이 핵심 고리다.

공익재단법인 ‘일본생산성본부’가 펴낸 <레저 백서 2018>을 보면, 2017년 기준 파친코 인구는 900만명으로 매출액이 19조5400억엔(약 211조4716억원)에 이른다. 2018년 기준 일본 실질 국내총생산(GDP) 533조7000억엔의 약 3.7%이며, 지난해 일본 방위비 예산인 5조2574억엔의 3배가 넘는다. 파친코는 게임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면 현금이 아닌 경품으로 바꿔줘 법적으로는 도박이 아니다. 그러나 파친코 옆에 흔히 있는 경품교환소에서 경품을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도박 성격이 강하다.

산업규모가 크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 있다 보니, 파친코 업계는 보호막으로 정치인을 필요로 한다. 파친코 업계 단체인 파친코체인스토어협회의 정치인 상담역에는 자민당 의원 22명, 국민민주당 7명, 일본유신회 7명, 입헌민주당 4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체포된 아키모토 의원도 이전부터 파친코 업계와 관련이 깊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키모토 의원은 21살 대학생 때였던 1993년 고바야시 고키 전 자민당 의원의 학생 비서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고바야시 전 의원은 파친코 업계와 관계가 깊었고 아키모토도 파친코 업자의 지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파친코는 고액 경품 당첨 확률 제한 조처와 ‘옛날 오락’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시장이 점점 줄고 있다. 전성기인 1995년 매출액이 30조엔을 넘었던 때를 기점으로 계속 하락 추세다. 이에 따라 2000년대 들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사업이다. 2002년 자민당 의원들은 ‘카지노와 국제관광산업을 생각하는 의원 연맹’을 발족시켜 일본 내 카지노 해금을 향해 움직였다. 2010년엔 ‘카지노 연맹’으로 불리는 ‘국제관광사업진흥의원연맹’이라는 초당파 의원연맹이 탄생했고, 이들을 중심으로 2018년 결국 카지노를 해금하는 법률이 통과됐다. 카지노 스캔들에 등장하는 의원 6명이 모두 ‘카지노 연맹’ 소속이다.

카지노 해금법이 통과되자 미국에 본사를 둔 ‘엠지엠(MGM) 리조트 인터내셔널’ 등 세계적인 카지노 업체들이 앞다퉈 일본 진출을 타진했다. 카지노가 기존 일본 내 수요뿐 아니라 관광객 수요까지 빨아들이는 거대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본 정치인들에게 돈을 뿌린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500닷컴은 온라인 복권 사업 업체로 카지노 운영 경험이 없는데도 일본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복합리조트 사업을 경제성장 전략 중 하나로 추진해온 아베 신조 정부는 이번 스캔들에도 카지노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7일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사업자를 감독하는 기구인 ‘카지노관리위원회’를 예정대로 발족시켰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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