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권/전남 구례군 구례읍
왜냐면 |
좀더 현실적인 자치행정 체제의 개혁을 |
반론-송진영씨의 “현행 행정체계 혁신해야”를 읽고
현행 16개 광역자치제 및 234개 시·군·구 자치단체를 없애고 60개 내외로 통합하여 행정계층 구조를 3단계에서 2단계로 재편해야 한다는 방안은 상당히 이상적인 방안이긴 하나 현실적으로는 추진하기 어려운 안이다. 우리나라 행정구역은 고려·조선 시대부터 그 뼈대가 짜여졌고 일제를 거쳐 해방 이후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따라서 기존의 시·군을 통합해 광역화하여 새로운 이름의 행정체제를 탄생시킨다는 것은 국민 정서상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통합을 주장한 송진영씨는 통합의 효과로 동서간 지역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현실적으로 문제시되고 통합이 가능한 지역은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경계 지역의 일부 시·군뿐이어서 이것 또한 극히 제한적이다. 더욱이 현재 동서간 언어(억양)·풍습 등 문화적 차이가 존립하고 있는데 경계지역을 통합한다고 해서 화학적 융합이 이루어지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광역자치단체를 없애고 시·군·구를 광역화하는 행정개혁안은 현실성이 결여된 이상론이라 본다. 그렇다면 정보통신 수단의 발달로 행정 환경에 많은 변화가 온 오늘날, 행정체계를 어떻게 개편하여야 할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읍·면·동의 광역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현행 행정 계층구조는 중앙정부 > 광역자치단체 > 기초자치단체 > 읍·면·동의 4개 계층으로 되어 있다. 그동안 광역 또는 기초자치단체의 폐지가 주로 논의의 대상이었으나 읍·면·동을 폐지 또는 광역화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현재 인구 3만명 정도의 군이 존립하고 있으며, 그런 군 아래 7~8개 읍·면이 있는데, 이러한 읍·면은 직원 1~2명 정도의 가칭 ‘민원센터’(현재의 주민자치센터)만 존립시키고 기타 업무는 군에서 수행해도 무방하리라 본다.
둘째, 자치구의 폐지다. 서울시·광역시는 광역자치단체만 존립시켜도 시민들의 견제와 통제 기능이 충분하다. 아울러 우리가 ‘○○시의 시민’이라는 의식은 있으나 ‘○○구의 구민’이라는 구민 귀속의식은 사실상 희박하다. 이제 우리는 교과서식 민주주의에 충실할 것이 아니라 저비용의 효율적인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셋째, 기초 자치단체장 정당 공천제 폐지다. 정당정치는 국회의원 정당 공천제도만으로 족하다. 한걸음 양보하여 광역단체장의 정당 공천까지도 남북 분단의 정치 현실을 고려하여 통합의 논리를 세워도 무방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의 차원에서는 기초자치단체장이 정당으로부터 자유스러워야 하며, 정당 공천을 둘러싼 음성적 부패 고리도 이제는 마땅히 끊어야 할 시점이다. 정당 공천을 배제할 경우 무소속 난립을 우려하지만, 이는 유권자 수 중 일정률(예: 전체 유권자수의 25%) 이상 득표자를 당선시키는 방안으로 보완하면 될 것으로 본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만이라도 현 정부에서 개혁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루스벨트 개혁은 성공한 개혁으로 꼽히는데, 성공한 개혁의 특징은 급진이 아닌 점진, 단기가 아닌 장기 계획으로서만 가능했다고 역사는 말해주었다. 개혁의 실기를 우려하여 좀더 혁신적이고 과감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으나, 개혁안이 광범위한 지지를 얻지 못하고 현실 순응성이 떨어지는 이상적 개혁안은 결국 좌초하기 마련일 것이다. 조선 중종시대 조광조의 개혁이 실패한 개혁으로 대표되는 것 또한 이를 묵묵히 암시한다.
김상권/전남 구례군 구례읍
김상권/전남 구례군 구례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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