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새만금을 ‘남아시아’에 빗대서야 |
남아시아 대참사와 같은 재해가 생기면, ‘환경 파괴’ 탓이라는 주장과 ‘사전 대비’ 미흡 탓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걸 환경 파괴 때문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올바른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바람직하지 않다.
세계 어느 곳이든지 바다와 인접한 곳에서는 항상 태풍이나 해일로 인한 재해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이번 남아시아에서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자연재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자연에 대한 경외감마저 들게 한다. 이러한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무기력하기도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언제나 이를 극복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 있었다.
해저지진이나 폭풍에 의한 해일로 해수면 전체가 상승하여 연안지역을 범람시키는 재해는 그 규모나 피해 면에서 가장 위력적이다. 역사적으로 네덜란드의 경우 1218년 해일로 10만여명, 1900년 멕시코만의 갤버스턴에서 6천여명, 벵골만의 방글라데시에서 수차례에 걸쳐 수십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이런 해일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영국은 템스강에 폭풍해일 저지시설을 설치하였으며, 네덜란드는 30㎞에 달하는 아프슬로이트 방조제와 수십개의 갑문을, 일본은 콘크리트 방벽을 설치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태풍이나 홍수,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는 우리나라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여름철 태풍과 겨울철 북서풍에 의한 해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기상변화에 따른 수위 상승과 바닷물이 밀려오는 만조 때와 겹치는 경우 매우 위협적인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재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조기경보에 의한 대피체계를 갖추는 것과 방조제와 같은 방어적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해안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은 재해가 발생한 직후에는 많은 호응을 얻으나 시간이 조금 흘러 기억이 흐려지면 ‘환경 파괴’의 목소리에 부닥쳐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번 남아시아 대참사와 같이 큰 재해가 발생하고 나면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양분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한편에서는 ‘환경 파괴’ 때문이라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사전 대비’가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해가 발생하는 원인이나 규모가 복합적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 맞는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것을 마치 ‘환경 파괴’ 때문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올바른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외국에서 보도된 자료를 보면 인구 30만명의 인도의 퐁디셰리시에서는 이번 해저지진으로 약 7.3m의 해일이 발생했으나 과거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방조제로 인해 안전했다고 한다.
새만금 사업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33㎞의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 상류지역인 만경강과 동진강 하류 저지대 1만2천㏊의 농경지의 상습적인 침수피해를 해소하게 된다. 무엇보다 새만금 방조제는 발생 가능한 폭풍해일, 지구 온난화에 대비한 해수위 상승까지 충분히 고려한 높이로 견고하게 설계된 훌륭한 해일대책시설로서 오히려 재해를 키울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또 새만금사업처럼 방조제를 쌓아 갯벌과 바다를 토지와 담수호로 만드는 사업은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크고 작은 환경의 변화가 발생하는데, 이는 사업이 완공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로 정착하게 된다.
따라서 변화가 있을 때마다 다른 곳에서 발생한 재해를 빗대어 재앙이니 속임수니 하는 감정적인 말로 자극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보다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지역 발전과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진식/농업기반공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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