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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6 16:00 수정 : 2005.01.16 16:00

우리 국토의 산맥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르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교육부도 바로잡아 교과서에 반영하겠다고 한다. 60여년 동안 가르쳐 온 교과서가 엉터리였다는 말인가? 이번 일은 기초의 일각이 잘못되어 있어도, 수십년 간 그대로 흘러왔다는 뼈아픈 문제점을 보여준다.

중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교사다.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산맥’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고자 한다.

해방 이후 줄곧 우리가 배워 온 우리 국토의 산맥이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언론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텔레비전 방송은 항공기에서 직접 촬영한 산줄기를 보여주면서 “차령산맥은 있지도 않았다”고 보도하였다. 그리하여 교육부도 우리 국토의 산맥을 바로잡아 교과서에 반영하겠다고 한다.

어안이 벙벙하다. 해방 이후 자그마치 60여년 동안 가르쳐 온 교과서가 엉터리였다는 말인가? 우리 국토의 산맥이 우리네 삶과 우리네 학문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무엇일까? 지극히 상식적인 관점에서 잠깐만 생각해 보더라도 이것은 그냥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도로와 철도를 건설하고 산업 입지를 선정하는 문제나 국토를 지키기 위한 방어선 등 거시적인 판단은 물론, 등산이나 여행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네 삶의 이모저모와 밀착된 가장 초보적이고 기본적인 지식이 바로 산맥 개념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것을 해방 이후 지금까지 잘못 가르치고 잘못 배우고 잘못 알고 있다니!

우리는 이 일을 그냥 흘려버리지 말아야 한다. 이번 일은 우리 사회의 가장 저변을 이루는 기초의 일각이 잘못되어 있어도, 누군가 나섰더라면 좀더 일찍 해결될 수도 있었던 문제가 수십년이나 잘못된 채 그대로 흘러왔던 뼈아픈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접하면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망연자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교사는 항상 학생들로부터 “이런 내용을 왜 배워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답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차령산맥을 왜 알아야 되지요?”라는 학생 질문에 대답을 한 적이 있는 교사의 처지를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한마디로 이번 일은 난센스다. 그것도 학교 교과서 전체의 공신력을 일거에 실추시킨 엄청난 엉터리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치자. 그래도 이 일에서 값비싼 교훈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첫째로 우리나라의 학문도 이제는 ‘우리나라의 학문’이 되어야 한다. 학문의 식민성을 이제는 극복할 때도 되지 않았나?

둘째로 학문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를 진보시키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에 충실해야 한다. 있지도 않은 차령산맥을 공리공론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쳤다니 이보다 더 낯이 후끈거리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이제는 재개발되어 사라진 난곡 빈민촌에 대한 사회학적인 조사, 학문 연구 작업이 한 일본인 학자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바로 10분만 가면 우리나라 제일의 명문 국립 서울대가 있는데도 말이다. 도대체 이 땅의 수많은 학자들은 무엇을 위해 학문을 하고 있는가?

셋째로 우리 모두 좀더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관련 학문을 전공하는 학자 분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닌 줄 안다. 사회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전문 학자들은 아니라 할지라도 학문 연구의 성과들을 파악하고 있는 분들 아닌가? 더욱이 직접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처지 아닌가?

이번 일이 너무 쉽게 지나쳐버리는 일들 가운데 하나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성대/서울 삼성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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