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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9 16:14 수정 : 2005.01.19 16:14

교원 임용시험은 때로는 동점이어서 생년월일이나 군필 여부를 따질 정도로 점수 차이가 크지 않은데, 국가유공자에게 만점의 10%를 부여하면 전문성을 갖춘 수험생들이 탈락할 소지가 충분하다. 게다가 퇴역 군 장성의 자식들도 국가유공자 가점을 받고 있다.

재반론-국가보훈처 안덕찬씨의 반론을 읽고

1월13일치 ‘왜냐면’에 실린 안덕찬씨의 ‘국가유공자 가점은 당연한 권리’라는 글의 논거의 타당성을 살펴보고 그의 주장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첫째로 그가 내세운 논거는 교원의 전문성과 국가유공자 가점이 별개의 것이므로 교육의 질 등의 문제와 국가유공자 가점을 연계하지 말라는 것인데, 이는 교원 임용시험의 성격조차 파악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근거의 논리적 오류다. 교원 임용시험은 그 시험의 성격 자체가 ‘경쟁을 통한 우수한 교사의 선발’로서 여기서 가장 중시되는 것은 교원의 전문성이다. 그래서 전공 지식 외에도 교육학과 교과교육론을 시험 보며, 문제의 유형 또한 단순한 지식을 물어보기보다는 알고 있는 지식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즉 내용 지식을 교수내용 지식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논술과 면접 등에서 접하는 논제들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이러한 사실은 여태까지의 기출문제를 본다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험에서, 교육학 1문제인 0.4점 차이로, 때로는 동점이어서 생년월일이나 군필 여부를 따져야 할 정도로 점수차이가 크지 않은 시험에서 만점의 10%를, 그것도 단계적으로 부여한다는 것은 국가유공자들보다 더 전문성을 갖춘 수험생들이 탈락할 소지가 충분하다.


둘째로 내세운 근거는 그 혜택을 입은 수의 미약함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전체 숫자일 뿐으로 세부적인 사항이 미약하다. 내가 알기로 10명 미만으로 교원을 모집하는 과목이나 지역에서는 국가유공자가 합격자의 반수 이상을, 심지어는 전부를 차지하는 과목도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5.7%밖에 안 된다며 그것이 모든 과목에 그러한 양 일반화시키고 있다.

또한 과락제도에 대해서도 희한한 논거를 내세우며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데, 만점의 10%인 10점을 가산하고 과락을 맞는다는 건 속된 말로 ‘시험공부를 더럽게 안 했을 경우’에나 가능한 것이다. 교육학은 20점 만점에 8점, 전공은 80점 만점에 32점만 맞으면 과락을 면하는데 시험이 어려운 해는 이 과락만 넘겨도 합격선 안에 드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런 경우 전공에서 30점을 받아 낙제에 해당하는 국가유공자 수험생이 10점을 더 받아 합격생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에 대한 고찰 없이 10점을 더하고 과락이 있으면 제외된다는 것을 논거로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국가유공자라면 실질적으로 거의 과락할 수 없다는 사실과 시험이 어려우면 과락 국가유공자 수험생이 합격생으로 둔갑하는 해괴한 일이 발생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유공자’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많은 이들은 독립운동가나 5·18 광주화 운동에 관련된 사람들만 국가유공자로 알고 있는데, 군에서 장성으로 퇴역한 이들의 자식들도 국가유공자로 가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군대에 갔다 온 남자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흔히 말하는 ‘별의 위력’은 군에서는 어마어마하다. 생활에 불편함도 전혀 없는 그들의 자식들이 ‘취업보호대상자’라니 누가 들어도 이해가 안 되는 소리다.

교원은, 이 나라의 미래이고 희망인 우리의 아이들을 바르게 자라나게 해야 하는 사람이다. 사범대 가산점 위헌이나 지역 가산점 위헌 그리고 군필자 가산점 위헌 등의 판결은 이렇게 중요한 교원을 더욱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뽑기 위한 것이었다. 이 경우는 가점이 많아야 5점이었는데, 국가유공자 가점은 10점에다 그것도 단계별로 중복 적용하면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발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정부와 교육부도 이것을 알고 제도 개선에 들어간 것이며, 이는 국가유공자 가점이 안덕찬씨가 말하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다.

홍성표/동국대학교 역사교육과 졸업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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