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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3 16:48 수정 : 2005.01.23 16:48

새만금 사업에 대해 “용도와 개발 범위를 먼저 결정하고, 환경평가를 거친 뒤 사업을 실시하라”는 법원의 조정 권고안이 나왔다. 조정안에 따라 용도와 개발범위를 공론화해야 할 경우, 당사자 간의 힘겨루기를 넘어 토지윤리에 바탕을 둔 정도를 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만금 사업에 대한 “용도와 개발 범위를 먼저 결정하고, 환경평가를 거친 뒤 사업을 실시하라”는 법원의 조정 권고안을 놓고 농림부와 환경단체의 수용 여부가 사회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이 조정 권고안과 관련하여 환경영향 평가 재협의 사유가 발생하는지의 여부가 지적되고 있다. 조정 권고안에서는 재협의 사유가 발생한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듯하지만, 애초의 간척용도가 환경영향 평가법 및 관련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규모 이상으로 변경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법원의 조정안에 따라 제방 안에 조성될 내부 토지 용도와 개발범위를 이제부터 공론화해야 할 경우, 지금까지 해 왔던 방식과는 다른 사고와 접근이 필요하다. 당사자들 간의 힘겨루기 차원을 넘어 차분히 토지윤리에 바탕을 둔 정도를 밟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토지윤리란 사람과 토지에 대한 윤리적 관련성을 바탕으로 설정된 가치기준을 말한다. 이런 기준은 인간과 토지 사이의 의미 있고 책임 있는 관련성을 제시해준다. 토지윤리 관점에서 내부 토지 용도와 개발범위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몇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생태계 변화 속도를 감안하여 용도가 결정되고 개발의 정도가 조절되어야 한다. 간척사업과 같은 인간의 교란이 없이도 생태계는 자연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다만, 인간활동에 의한 변화의 속도가 자연상태에서의 변화속도보다 현저히 빠를 때 비정상적인 일들이 나타나게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생태계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응 정도를 모니터링해가면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자연의 역동성을 고려하여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 자연의 균형은 어느 한 시점에서만 기대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변화하고 있는 새만금 생태계의 경우, 자연균형 이론보다는 역동성을 강조하는 자연유동 이론 적용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셋째,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환경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20세기의 가장 괄목한 만한 과학적 발전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가 아니라, 생태계의 복잡성에 대한 발견으로 평가되고 있다. 새만금 사업에 따른 환경영향 평가는 지나치게 수질에만 편도되어 있다. 생물 다양성을 포함한 다른 생태계 인자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넷째, 다차원적 사고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현재 제기되어 있는 많은 이슈들은 근본적으로 윤리적 가치와 관련되어 있다. 과학적, 경제적 접근 방법만으로는 해결 실마리를 찾는 데 한계가 있다. 윤리적으로도 옳고 경제적으로도 이로운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변경된 내부 토지용도와 개발 범위가 있다면 이것을 포함하여, 애초의 환경영향 평가 때 제시된 안과 새로운 대안들을 토지윤리 기준을 잣대로 해서 먼저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토지 윤리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사전에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까지의 방법에 의한 용도와 개발 범위의 설정과 환경평가는 또다른 형태의 갈등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윤리가 새만금 사업의 대안 모색에 하나의 규범으로서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생태적 양심을 갖도록 근본적으로 생각을 바꿔야 할 때다. 자연계에 대한 논의는 생물학적 법칙뿐만 아니라 도덕적 법칙에도 근거해야 함을 잊지 말기 바란다.

김귀곤/서울대 교수·환경생태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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