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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3 17:42 수정 : 2005.09.23 17:42

왜냐면

매우 취약한 지역의 실정에 맞으며 지역의 미래에 필요한 교육정책을 개발·실행해 나갈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을 동시에 주는 주민 직선의 대표성 확보가 지방분권 시대에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끄럽고 말문이 막히는 뉴스 한 가지가 교육계에서 이루어진 교육감 부정선거와 그 후유증으로 나타난 각종 추한 소식들이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또 울산교육감 선거에서 당선자가 취임한 지 하룻만에 금품살포 및 사전 선거운동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충격을 받았고, 아이들을 기르는 부모로서 무안하고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지방 교육 자치제 운영을 뒷받침하는 ‘지방 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운영위원 전원이 교육감·교육위원 선거인단이 되어 간접선거를 하게 되었다.(2000년부터) 시·도 선거인단 수는 약 8000명에서 1만6000명 정도로 소수다. 그런데도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교육예산 편성 및 집행권과 지역교육장·교원에 대한 인사권과 감독권, 교육과정에 대한 편성권, 학교 설립권 등 교육감이 갖는 막강한 권한이 교육감 선거를 불법과 부정의 장으로 몰아가는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 다른 선거보다 한층 더 도덕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교육감 선거가 입후보 예정자의 학교운영위원 자기 사람 들여보내기, 사전 선거운동, 금품 수수와 향응 제공, 인사권 뒷거래, 동문회 등 출신학교별, 초등과 중등 급별 편가르기와 담합의 정도가 사법적 처리 대상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으며, 그 후유증은 선거 후에 그대로 이어져서 지역 교육은 더욱 퇴행적으로 되며, 그 피해는 학교 현장과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겉으로 드러난 문제점을 뒤로하고도 교육감·교육위원 선거의 주민 직선은 몇 가지 이유에서 반드시 이른 시일 안에 이뤄져야 한다.

첫째, 학교와 지역사회의 관계가 단절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는 원래 지역사회의 필요에 따라, 지역사회를 위해, 지역사회에서 설립한 것이라고 볼 때 지역주민의 참여와 통제로부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학교가 올바른 기능을 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초·중학교에서 오후 5시가 지나면 학교는 보안업체가 지키고 학생들과 교사들 아무도 없다.

지역사회에서 학교가 교육적 관점에서 어떤 구실과 위치를 가져야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지역주민으로부터 나와야 하고, 그 첫걸음이 교육감·교육위원 주민 직선이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소통해가기 위해서는 교육감·교육위원 직선은 필연이다. 물론 시군구 기초단위 교육자치가 선행돼야 하지만.

둘째는 교육감·교육위원의 책무성 강화이다. 현재 교육감과 교육위원의 권한이 어느 정도이고 어떤 위상과 역할을 하는지 교육감·교육위원 선거 시기에도 투표권이 없는 지역주민들은 대부분 잘 모르고, 홍보도 되지 않으며, 관심도 높지 않다. 따라서 자녀들의 교육문제가 상당부분 시도교육청 단위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도 단위학교 문제로만 파악하고 학교와 관계를 고려하여 참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매우 취약한 지역의 실정에 맞고 지역의 미래에 필요한 교육정책을 개발·실행해 나갈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을 동시에 주는 주민 직선의 대표성 확보가 지방분권 시대에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학교운영위원회의 본질이 훼손돼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현행 제도에서 미진하다고 하지만 학교자치의 긍정성을 어느 정도 담보하고 상당한 기간 운영되면서 학교 운영의 민주성, 투명성, 합리성을 추구하여 일정한 성과를 가져온 학교운영위원회 제도가 교육감·교육위원 선거에 참여한 뒤부터 학교교육 활동과 교육문제는 뒤로하고 선출 과정부터 사전 선거운동이 횡행하면서 마치 교육감·교육위원 선거를 위해서 학교운영위원회가 존재하는 것처럼 왜곡되는 형편이다. 학교운영위원회는 이후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를 법적 기구화하면서 더 큰 대표성을 확보하여 제대로 된 학교 자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학교 교육 공동체로서의 위상을 잡아 나가야 한다면 주민 직선을 통하여 학교운영위원회의 본질을 한시바삐 되찾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어도 주민 직선을 내용으로 하는 지방 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에 관한 국회 교육위원회의 구체적인 언급은 전혀 없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와의 관계 속에서 교육위원회의 위상과 역할 문제, 교육감·교육위원의 자격문제, 교육자치 본질로서 학교자치 이행에 관한 경로와 방법의 차이 등은 교육자들의 문제이지, 세금을 내고 성실히 살아가는 주민들의 문제는 아니다. 교육감·교육위원 선거가 ‘교육자 자치’의 의미를 가져서는 안 된다. 2000년 이후 잊을 만하면 부정선거가 반복되는 교육감 선거가 간선을 유지한 채 10월6일이면 전남교육감 선거가 예정돼 있다. 국회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순삼/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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