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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02 18:54 수정 : 2018.07.02 19:05

이현주
한국 고기없는월요일 대표, 기린한약국 한약사

교육부가 발표한 ‘2017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 통계’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만 학생 비율은 17.3%로, 10년 전인 2008년 11.2%에서 거의 매년 증가했다. 특히 고도비만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2.0%에 도달했다. 고도비만 소아·청소년들은 각종 성인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사증후군’ 위험이 정상 체중군보다 최대 66배나 높다.

또한 살이 찔수록 포만 호르몬이라 불리는 ‘렙틴’이 체내에 축적되는데, 렙틴 축적이 많을수록 아무리 배부르게 먹어도 포만감을 못 느끼는 ‘렙틴 저항성’이 나타나 고도비만으로 이어지게 한다. 렙틴은 뇌하수체, 부신, 시상하부 등에 작용하여 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구실을 하기 때문에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성조숙증이 발병하면 성장판이 조기에 닫혀 키가 자라는 기간이 짧아지게 되고, 이는 성장 부진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중식과 석식을 학교에서 먹는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은, 야간학습 뒤 늦은 시간에 야식을 먹는다. 주말에는 부족한 학습을 보충하기 바빠 운동할 시간이 거의 없으며, 스트레스는 감칠맛 나는 자극적인 패스트푸드와 인터넷 검색, 모바일 게임 등으로 푼다.

이러한 생활습관은 초등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점심과 저녁 메뉴로 제공되는 급식은 육류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는데, 붉은 육류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2급 발암물질로, 햄과 소시지는 제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어 있다. 세계보건기구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심장질환, 암, 당뇨병, 비만 예방을 위해 하루 최소 400g 이상의 채소와 과일 섭취를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로 학생들은 채소 반찬은 남기고 육류 반찬 위주로 식사를 한다.

학생들에게는 단순히 맛있는 것을 선택하는 문제지만, 그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학생들은 자신의 몸속에 들어가는 먹거리에 대하여 알 권리가 있으며, 학교 당국은 이를 교육할 의무가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2005년 비만관리부를 신설한 영국은 과일·채소 섭취 캠페인을 벌여왔고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 국가들로 확산되었다. 10명 중 3명이 비만 청소년으로 알려진 미국에서는 2003년부터 일주일에 하루는 채식 급식을 통해 청소년의 건강을 관리하는 ‘고기 없는 월요일’(Meatless Monday) 캠페인을 시작했다.

빈곤층 학생들의 비만율 증가는 심각한 미네랄 부족증과 더불어 학교폭력, 자살 충동 등 정서적인 문제까지 확산된다는 이유에서 각 학교는 급식을 바꾸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채택했다. 뉴욕시는 최근 뉴욕의 모든 공립학교에서 주 1회는 채식 급식을 제공할 것을 선언했다. 벨기에 헨트(겐트)시를 비롯하여 독일 브레멘, 브라질의 상파울루,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클리블랜드, 피츠버그, 마이애미는 시 정부 차원에서 주 1회 채식 급식을 제공한다. 포르투갈은 2017년 3월 공공기관에서 공급되는 식사에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의무를 규정하는 법안이 제정됐다.

대한민국도 이제 변화해야 할 때다. 2018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채식단체연대는 알레르기 질환이나 대사증후군 등으로 식이요법을 원하는 학생들이 급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채식 선택 급식제)와 주 1회 채식 급식, 채식 먹거리 교육에 관하여 교육감 후보들에게 질의서를 발송했다. 적극적으로 호의적인 답변을 보내온 15명 중 12명이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었다. 서울시를 비롯하여 부산, 인천, 광주, 울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남, 제주 등 12개 지역에서 어떤 변화가 시작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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