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
[왜냐면] 자연결핍장애를 극복하는 환경방학이 되길 / 이재영 |
이재영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
오는 7월20일 환경부와 교육부가 함께 충북 청주에 있는 원평중학교에서 환경방학 선포식을 연다고 한다. 1998년 당시 이해찬 교육부 장관과 최재욱 환경부 장관이 함께 여름방학을 앞두고 처음으로 환경방학 공동 담화문을 발표한 이래, 20년 만에 재개되는 매우 뜻깊은 행사이다. 20년 전의 목표가 ‘미래의 주역들에게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선포식의 목표는 ‘방학 동안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환경을 위한 마음과 행동을 키우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아이들의 좋은 삶이 관심의 중심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자연심리학자 리처드 루브는 저서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 등을 통해 ‘자연결핍장애’(Nature Deficit Disorder)라는 개념을 처음 제기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에 따르면 요즘 아이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원인은 일상적인 자연체험의 결핍이며, 따라서 치료법 역시 신경정신과 약을 먹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밤낮으로 친구들과 함께 산, 강, 바다, 들, 논밭에서 뛰어놀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루브는 많은 연구와 실험 결과를 종합하면서, 자연체험을 통해 흡수하게 되는 육체적, 심리적 영양소 비타민 엔(N)은 우리 아이들의 자기존중감과 자신감을 높이고, 타자에 대한 배려심과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향상하며,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개선하고, 예술적 감수성과 감상력을 높여준다고 보고했다.
예를 들어, 어릴 때 자연체험을 많이 한 사람들은 재난이나 자연재해를 예민하게 예감하고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학교 운동장에 숲을 조성했을 때 학생들의 과학시험 성적이 27% 향상되었고, 무단결석이 줄어들고, 평균 시험 점수와 졸업률이 상승했다. 전자정보의 부정적인 영향(예, 집중력 감소)을 해결할 최고의 해독제는 자연체험이다. 예를 들어, 단 1시간만 자연체험을 해도 기억력과 집중 시간이 20% 향상된다. 도시 지역에서도 자연환경에 노출될수록 집중력이 향상되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능력이 깨어난다(자연놀이터 58%, 실내놀이터 16%).
자연과 접촉하는 것이 무의식적 집중을 통해 정신적 피로 해소와 집중력 회복에 도움을 주며 정보처리 능력도 회복시킨다고 한다. 이러한 자연체험의 혜택은 아이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직접적이고 일상적인 자연체험은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매사가 짜증스러운 어른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아마 교육부에서 지난 몇 해에 걸쳐 강조해온 창의와 인성을 겸비한 융합형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는 최선의 길은 코딩교육이나 예절교육이 아니라 바로 일상적인 자연체험과 환경학습이 아닐까? 우리나라 아이들이 선진국의 또래 아이들에 비해 야외에서 노는 시간이 3분의 1(하루 약 38분)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청소년들의 상황은 끔찍할 정도로 나쁘다. 유니세프에서 강조하는 아동의 12가지 권리 중에서 오늘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권리는 바로 ‘친구들과 안전하고 풍요로운 자연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권리’일 것이다.
나는 일상적이고 다양한 자연체험이 우리 아이들을 영재로 만든다고 주장해왔다. 여기에서 영재란 아이다운(young) 아이, 영리한(wise) 아이, 그리고 영적인(spiritual) 아이이다. 아이다운 아이는 이 세계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을 지니고 있다. 영리한 아이는 자기 자신과 세계에 대해 무수한 질문을 갖고 있다. 영적인 아이는 자연과 이웃의 고통에 깊이 공감할 줄 안다.
이번 환경방학 선포식을 계기로 전국의 650만 어린이와 청소년이 올여름에는 영어, 수학, 컴퓨터 학원에 가는 시간을 조금 줄이더라도 숲과 강과 바다로 달려나가서 자유의 에너지를 만끽하고 생명의 신비를 느껴보는,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생의 결정적 순간’(significant life experience)을 맞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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